"잠을 자? 침 핥아" 구타에 고문…'질식사'로 둔갑한 윤일병 죽음[뉴스속오늘]

이은 기자
2025.04.07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4년 4월 7일 숨진 윤승주 일병이 사망 전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온몸에 멍이 들어 있다. /사진=뉴스1(군 인권센터 제공)

2014년 4월 7일. 대한민국 육군 제28보병사단 포병여단 977포병대대 의무대 소속 윤승주 일병이 선임 병사들의 집단 구타로 사망했다.

윤승주 일병(당시 21세)은 사건 전날인 2014년 4월 6일 의무대 생활관에서 만두 등 냉동 식품을 나눠 먹다가 선임 병사 4명에게 가슴 등을 수십 차례 구타당했다. 계속된 폭행에 쓰러진 윤 일병은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다음날인 7일 사망했다.

이 사건은 피해자인 윤승주 일병의 이름을 따 '윤 일병 사건' '윤 일병 사망 사건'이라 불린다.

"가래침 핥아먹어"…성기에 파스 발라 고문도

처음 군 당국은 "음식물이 기도에 막혀 기도 폐색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사건 약 3개월 만인 그해 8월 선임병들의 구타와 고문에 의한 살인 정황이 드러났다.

군 수사 기록에 따르면 윤 일병은 주범 이 모 병장(당시 25세)을 포함해 하 모 병장(당시 22세), 이 모 상병(이하 당시 20세), 지 모 상병 등 선임병 4명에게 폭행 당해 숨졌다.

이 병장의 폭행은 윤 일병 사망 전날인 4월 6일 오전 7시 30분쯤 '잠을 잤다'는 이유로 시작됐다. 이 병장은 바닥에 가래침을 2번 뱉고는 윤 일병에 이를 핥아먹게 하는가 하면 뺨과 다리를 때리고 기마 자세를 시키기도 했다.

특히 하 병장과 이 상병은 윤 일병의 멍을 지우기 위해 얼굴과 허벅지뿐 아니라 그의 성기에도 안티푸라민을 바르며 성적 수치심을 주고 고문했다. 이 병장의 지시였다.

가해자들은 오후 3시 50분쯤 함께 냉동식품을 먹던 중 "쩝쩝거리며 먹는다"며 윤 일병의 가슴과 턱, 뺨을 때렸다. 이 과정에서 윤 일병 입 안의 음식물이 바닥에 떨어지자 이 병장은 이를 핥아먹게 했고, "음식 때문에 대답을 잘 못했다"며 앉았다 일어났다를 시켰다.

이어진 폭행에 윤 일병은 오후 4시 32분쯤 침을 흘리고 오줌을 싸며 의식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이 병장은 꾀병이라며 뺨, 배, 가슴 등을 계속 때렸다. 윤 일병이 쓰러지기 전 25분 동안 가해진 구타는 무려 64대였다.

35일간 선임병 4명의 상습 폭행…전신 피멍·갈비뼈 14곳 골절

윤 일병이 자대 전입한 그해 3월 3일 이후 35일간 이들의 가혹행위가 이어져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검 결과, 윤 일병의 다리와 배 등 온몸에 피멍이 가득했으며 갈비뼈는 무려 14곳이나 부러져 있었다. 위, 간, 폐, 심장 등 주요 장기에는 피가 고여 있었고 비장은 아예 터진 상태였다. 다리에선 흉터가 발견됐다. 상처가 아물어 흉터가 될 정도로 오랜 기간 구타를 당한 흔적이었다.

윤 일병의 부검 감정서를 분석한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 교수는 "우리가 흔히 맞아 죽었다고 얘기하지 않나. 심한 구타가 특정 부분에 가해지면 부교감 신경이 자극 되면서 심장이 멈춰버린다"고 쇼크사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너무 많은 갈비뼈가 부러졌다. 교통사고나 추락사에서 볼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라고도 했다.

이후 윤 일병의 사인은 처음 발표됐던 '기도 폐쇄에 의한 뇌손상'이 아닌 구타로 인한 '속발성 쇼크사'로 변경됐다.

윤 일병의 얼굴은 선임병들의 상습 구타로 늘 부어 있었다고 한다. 가해자들은 폭행 사실이 발각될까 봐 윤 일병의 식사와 종교 활동을 막는가 하면 윤 일병의 가족 면회를 막기도 했다. 이 병장은 평소 기독교 자체에 대한 적대감 때문에 개신교 신자인 윤 일병이 교회에 가는 것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주범인 이 병장은 윤 일병에게 강제로 치약 한 통을 먹이는가 하면 "개처럼 기어봐라. 멍멍 짖어봐라"라고 강요하고, 침상에서 바닥으로 과자를 던지며 "개처럼 먹어봐"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폭행 피해를 알릴 경우 "네 아버지 사업을 망하게 하고 어머니를 섬에 팔아버리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냉동식품 때문" 가해자들, 말 맞추고 증거 인멸 시도
육군 28사단 윤 일병 사망사건의 가해자인 이 모 병장 등 구속 피고인 5명이 2014년 9월 16일 오전 경기도 용인 육군 제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사건 이후 가해자들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말을 맞췄다. 사건 다음날엔 증거 인멸을 위해 윤 일병의 관물대를 뒤져 수첩 2권을 찢기도 했다.

주범인 이 병장은 윤 일병이 음식을 먹고 TV를 보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며 "냉동식품 하나에 이렇게 될 줄 몰랐다. 평소 화목한 분위기였다"고 주장했다.

가해자들은 윤 일병 전입 이후 사고 당일 현장까지 지켜본 목격자 김 모 일병에게 '난 차라리 윤 일병이 안 깨어났으면 좋겠다, 너만 입 닫고 조용히 하면 잘 마무리 될 수 있다'며 비밀로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주범인 이 병장은 상해치사, 폭행 및 공동폭행, 강요, 위력행사, 가혹행위, 의료법 위반, 강제추행으로 기소됐다. 하 병장, 이 상병, 지 상병은 상해치사와 공동폭행 및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됐다.

의무반을 책임지고 있던 간부 유 모 하사(당시 22세)도 폭행을 방관, 묵인하고 폭행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법의 심판을 받았다.

주범 이 병장, 군 교도소에서도 '엽기' 가혹행위…징역 40년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5년 이 병장은 복역 중인 군 교도소에서도 가혹행위를 일삼아 추가로 기소됐다.

이 병장은 화장실에 동료 수감자를 꿇어 앉힌 후 몸에 소변을 보는가 하면 자기 성기를 보여주며 성희롱하는 등 엽기적인 범행을 저질렀다. 내용물이 꽉 찬 1.5리터 페트병으로 때리거나 목을 조르고, 볼펜으로 찌르며 괴롭히기도 했다.

또 피해 수감자에게 "윤 일병 걔도 너처럼 대답을 잘 안 했는데 너도 걔 같다. 너도 당해볼래? 너도 걔처럼 해줄까? 걔가 죽어서 내가 지금 이렇게 됐다"며 윤 일병을 모욕하기도 했다.

이 병장의 군 교도소 사건은 2016년 파기환송심을 맡은 고등군사법원에서 함께 심리해 그에게 징역 40년, 공범들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여기서 유 하사는 자신이 관리·감독하는 병사의 범행을 방조한 혐의 등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까지 가해자들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데는 2년 4개월이 걸렸다. 총 5번의 재판의 거친 끝에 형이 확정됐다.

2016년 8월 25일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재상고심에서 이 병장에게 징역 40년, 하 병장과 이 상병, 지 상병에게는 각 징역 7년 형, 유 하사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사인 은폐 의혹, 진실 밝혀달라"…유족 촉구
28사단 고(故) 윤승주 일병 유가족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윤일병 사망 사건 11주기를 맞아 군인권보호관 김용원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한 후 항의를 하고 있다. 이날 국가인권위원회는 2025년 제4차(임시) 군인권보호위원회를 열고 '윤일병 사인 은폐·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 심의·의결 한다./사진=뉴시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2015년 국방부 장관에게 윤 일병 사인 축소·은폐 의혹에 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권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유가족은 2017년 국가배상 소송을 냈으나 기각됐고, 2023년 2월 대통령 소속 진상규명위는 군이 사건을 축소하거나 사인을 은폐·조작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군이 선임병들 말에 속아 사인을 발표한 것이 실수와 착오였다는 것이다.

유가족은 2023년 4월 인권위 군 인권보호관에 진상 규명 요구 진정을 제기했다. 군 인권보호관을 맡은 김용원 상임위원은 당시 6개월간 재조사를 진행하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1년 이상 지났다'라며 이를 각하했다.

유족은 지난해 1월 같은 내용으로 다시 진정을 제기하며 김용원 위원에 대한 기피 신청을 냈고, 지난달 28일 남규선 인권위 상임위원이 군인권소위 위원장을 맡아 회의가 열렸다.

윤 일병 진실 규명 안건이 인권위에 돌아온 것은 약 10년 만이다. 이날 군인권소위는 결론을 내리지 못해 다음 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윤 일병 사망 후 11년 만에 인권위는 또다시 진상 규명의 기로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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