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산불 수사는 '마라톤'…"혐의 입증해도 처벌 낮을 것"

민수정 기자
2025.04.10 11:38

[MT리포트]괴물산불, 이제는 복구다⑨

[편집자주] 숲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수십년, 하지만 화마로 숲이 사라지는 건 순식간이다. 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3월 전국 동시 산불로 숲과 삶의 터전이 잿더미로 변했다. 산불 피해 여파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루라도 더 빨리 피해 복구에 나서야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다.
31일 경북 대형산불 최초 발화 추정 지점인 의성군 괴산리 야산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경찰 등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영남 산불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주요 산불 피의자와 용의자는 소환조사와 입건을 앞두고 있다. 법조계에선 형법 적용이 어려워 사실상 처벌 수위가 낮고 민사 소송 금액도 일부만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의성군 야산에서 성묘 중 산불을 낸 혐의를 받는 50대 A씨는 산림보호법상 실화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조사받고 있다. A씨는 지난달 22일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성묘하던 중 실수로 산불을 낸 혐의를 받는다. 인적·재산적 피해가 막대해 의성군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경북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현장 합동 감식을 마친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목격자 조사 등 필요 절차를 거치고 향후 A씨를 소환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조사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 추가 혐의 적용을 예단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남 산청·하동 산불을 조사 중인 경남경찰청은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 최초 발화지점 인근에 있던 농장주 등 4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아직 피의자로 입건되진 않았다. 이들은 지난달 21일 최초 발화지점에서 함께 예초 작업 중이었다. 지난 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산림청이 해당 지역에서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산불에 대한 처벌 수위는 고의성에 따라 갈라진다.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산불 실화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고의로 불을 낸 방화범에 대해서는 피해를 본 곳이 산림보호구역 또는 보호수라면 7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까지 처벌이 내려질 수 있다. 타인 소유 산림이면 5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형을 받는다.

2022년 강릉 산불 낸 60대, 징역 12년 확정
산불 처벌 법규 현황./사진=김다나 디자인 기자.

앞서 대법원은 2022년 3월 강원 강릉시 옥계면에서 토치 등으로 자택과 빈집 등에 불을 내고 산불도 낸 혐의로 60대 이모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씨의 고의 방화로 강릉과 동해시에서 395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고 이씨 모친은 숨졌다.

법조계에선 선례를 고려했을 때 영남 산불 피의자와 용의자가 과실치사죄와 과실치상죄 등 형법 적용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과실이라도 사람이 숨질 수 있다는 점을 피의자가 예측할 수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한데, 이번 영남 산불도 이같은 예견 가능성을 입증해야만 형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기존에는 (산불) 피해가 다소 커도 대부분 벌금형을 받았다"면서 "정확하게 법리로만 따지면 산림보호 법상 실화죄를 제외하고 형법 적용을 하기엔 인과관계 측면에서 인정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사소송에서도 실화자가 배상하게 될 금액이 청구 금액과 차이가 클 수 있다. 곽 변호사는 "민사에서 손해액은 청구하는 원고 측에서 입증해야 한다. 감정 과정을 거칠 때 실제 피해 금액과 감정가 사이 차이가 클 수 있고 실제도 그랬다"고 했다.

2019년 고성 지역 산불 이재민들은 한국전력에 약 260억원을 청구했지만 실제로는 청구 금액의 33%이자 손해 사정액의 60%인 87억원만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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