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산불, 이제는 복구다
숲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수십년, 하지만 화마로 숲이 사라지는 건 순식간이다. 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3월 전국 동시 산불로 숲과 삶의 터전이 잿더미로 변했다. 산불 피해 여파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루라도 더 빨리 피해 복구에 나서야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다.
숲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수십년, 하지만 화마로 숲이 사라지는 건 순식간이다. 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3월 전국 동시 산불로 숲과 삶의 터전이 잿더미로 변했다. 산불 피해 여파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루라도 더 빨리 피해 복구에 나서야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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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영남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에 따른 피해 복구에 천문학적인 비용 투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단순 계산해도 2조원이 넘는다. 정부와 여야 모두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다른 쟁점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산림청의 영남 산불 복구 비용 추산에는 2주가 더 소요될 예정이다. 일단 산림청은 피해복구 기간을 2030년까지로 추정했다. 진행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 산림청이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복구 비용 추산은 부문별 기준 단가와 면적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산림청은 피해 산지 1ha(헥타르)당 △조림복원 1500만원 △긴급벌채 3170만원 △산사태예방 1억5300만원 △생활권 생태 복원 4830만원 △비생활권 생태 복원 2410만원이 들 것으로 책정했다. 지난 8일 기준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집계한 산불 영향구역은 4만8238.61ha다. 산불 영향구역은 조림
6년 전 산불로 잿더미가 된 고성·속초 일대 숲 복원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소송이 난무하면서 나무 자라는 속도는 더 더디다. 울창한 숲은 2050년쯤에나 볼 수 있을 전망이다.역대 최악의 피해를 기록한 영남 산불의 복구 과정은 더 험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7일 찾은 강원 고성군의 산불피해 지역은 복구를 마쳤지만 민둥산에 가까웠다. 약 3.6ha(헥타르)가 불에 탄 한 산지는 4년5개월 전 자작나무와 낙엽송을 심었지만 여전히 녹색보다 회갈색으로 보였다. 어린 낙엽송은 성인 남성 키보다 작았다. 간신히 2m를 넘긴 자작나무가 간간이 보였다. 강원 지역 토양에 적합해 잘 자라는 소나무를 심은 산지는 그나마 초록빛이 돌았지만 듬성듬성 빈 곳에 흙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고성군 관계자는 "이렇게 복구되기까지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산주 동의받으려면 하세월… 손배 소송 19건 진행 중━ 아예 벌채에 동의하지 않은 산지는 검게 그을린 채 죽은 나무가 방치돼 있었
2005년 4월 산불은 강원 양양군의 천년고찰 낙산사를 집어삼켰다. 황량한 잿더미 속 터를 파내니 6·25 전쟁 때 소실된 것으로 추정되는 낙산사 돌담 파편이 발견됐다. 조선 후기, 6·25 전쟁 때 사라졌던 낙산사의 '진짜 모습'을 발견·복원하는 계기가 됐다. 산불로 피해를 입은 문화재 복원 과정에서 소실 직전 모습 재건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복원을 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7일 오전 낙산사에서 만난 이광복 도편수(대목 제2236호)는 "당시 (낙산사가 지어질 당시) 원형과 가장 근접하게 복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 도편수는 27년차 한식목공이다. 2005년 양양 산불 당시 낙산사 복원 작업에 참여했다. 화재로 훼손됐던 정취전, 설선당 등 전각들이 이 도편수의 손길을 통해 복원됐다. 뉴욕 원각사 대작불사 공사를 주도했고, 영국 대영박물관 한국실 공사에도 참여한 현장전문가다. 낙산사는 겉으로는 평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괴물산불로 인해 '천년고찰' 고운사 70%가 증발했다. 문화재 복원 전문가들은 최소 800억원을 투입해 10년 이상 복구 작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마저도 예산·재료 등이 충분히 확보됐을 때 얘기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운사 재건 중 가장 큰 문제는 재료 수급이다. 사찰 등 옛 건축물에 쓸 수 있는 목재가 되려면 나무를 6~7년 건조해야 하는데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목재가 부족하다. 비용도 문제다. 천년고찰을 되살리려 전통 건축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나무에 갯벌에서 구해온 진흙을 묻히고 소금물을 먹이는 과정을 거쳐 속을 단단하게 채워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현대 방식보다 4배 이상 비용이 발생한다. 보수단청업자 A씨는 "당장 우리나라에서 사용 가능하도록 쪄둔(건조한) 나무들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나무가 충분히 수급된다는 전제 하에 이르면 7년, 길면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목재를 수입해야 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번 경북 산불은 시간당 8.2㎞라는 속도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이른바 '괴물 산불'로 불리는 이번 화마는 꺼졌지만, 영남 지역 주민들의 건강 우려도 덩달아 커졌다. 유해 물질이 가득한 연기가 계속 퍼지는 데다, 산불이 다 꺼졌어도 며칠이 지나서야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뒤늦게 나타날 수 있어서다. 산불이 꺼진 후에도 방심해선 안 되는 이유가, 오염물질이 공기 중에 장기간 남아서다.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함승헌 교수는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PM2.5)는 폐포를 통과해 혈액에 직접 침투할 수 있어 호흡기 질환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 신경계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며 "기존에 이런 질환을 앓아온 사람이라면 증상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불 연기엔 △일산화탄소(CO) △이산화질소(NO₂) △미세먼지·초미세먼지 △포름알데히드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유해 물질이 다량 포함돼 있다. 실제 이번 산불
빈번한 대형 산불이 전 지구적인 기후 재난의 결과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영남 산불보다 더 큰 화재가 앞으로 더 자주 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영남 산불에선 기후 변화로 인한 높은 기온과 적은 강수량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산불이 확산된 기간인 지난달 21~26일 전국 평균기온은 14.2도로 역대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경북 지역에는 비가 전혀 내리지 않으며 역대 가장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상고온에 적은 강수량까지 더해지며 경북지역 상대습도는 평년 대비 15%포인트(p) 낮았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산불이 발생한 3월 기온이 평년 5월 기온에 달할 정도로 높았고 봄철 강수량도 줄었다"며 "기후 변화로 인해 봄철 고온화가 심각해지며 산불이 잘 번질 수 있는 조건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재 진압을 어렵게 만든 강풍도 지구온난화 영향이다. 3월23~25일 우리나라에 강한 서풍이 유입됐다. 경북 안동
최근 영남 산불 등 크고 작은 산불이 계속되면서 4월5일 식목일을 공휴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휴일 지정이 결국 산림에 대한 국민적 관심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은 식목일을 공휴일로 재지정하는 공휴일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은 국민들의 애림 의식을 고취하고, 미세먼지 저감과 탄소중립의 차원에서 식목일의 공휴일 재지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림은 1㏊(헥타르)당 연간 10.4t(톤)의 탄소를 흡수하고 14.4t의 물을 저장한다. 아울러 1ha의 숲은 연간 총 168㎏의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한다. 이 의원은 머니투데이에 "식목일 공휴일 지정은 단순 휴일로서 의미가 아니다"며 "최근 산불로 인한 산림소실에 대한 국민 경각심을 제고시키고,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방지에 기여하는 산림의 중요성을 널리 알려 국민적인 애림 의식을 고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식목일은 대한민국
영남 산불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주요 산불 피의자와 용의자는 소환조사와 입건을 앞두고 있다. 법조계에선 형법 적용이 어려워 사실상 처벌 수위가 낮고 민사 소송 금액도 일부만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의성군 야산에서 성묘 중 산불을 낸 혐의를 받는 50대 A씨는 산림보호법상 실화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조사받고 있다. A씨는 지난달 22일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성묘하던 중 실수로 산불을 낸 혐의를 받는다. 인적·재산적 피해가 막대해 의성군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경북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현장 합동 감식을 마친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목격자 조사 등 필요 절차를 거치고 향후 A씨를 소환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조사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 추가 혐의 적용을 예단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남 산청·하동 산불을 조사 중인 경남경찰청은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 최초 발화지점 인근에 있던 농장주 등 4명을 참고인 신
영남 산불로 국내 최대 마늘 산지인 경북 의성을 비롯해 마늘밭과 과수원 수천ha(헥타르)가 잿더미로 변했다. 불탄 밭과 과실 묘목이 예전 모습을 찾을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농산물 가격 폭등(애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나온다. 1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의성군의 마늘 재배 농가는 3233가구, 재배면적은 1700ha, 연간 생산량은 1만9262t(톤)에 달한다. 연간 소득 규모는 약 900억원이다. 안동에선 고추와 생강이 주요 작물로, 재배면적은 2043ha, 연간 생산량은 7269톤이다. 경남 산청의 대표 농산물 곶감은 1388ha에서 재배되며 연간 생산량은 1만1375톤, 소득 약 400억원이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한 농작물 피해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약 10배에 달하는 3785ha다. 의성에서 마늘 농사를 하는 김종욱씨(60)는 "수확 두 달 앞두고 산불이 발생해 마늘밭 대부분이 불탔다. 마늘 싹도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