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산불로 잿더미가 된 고성·속초 일대 숲 복원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소송이 난무하면서 나무 자라는 속도는 더 더디다. 울창한 숲은 2050년쯤에나 볼 수 있을 전망이다.역대 최악의 피해를 기록한 영남 산불의 복구 과정은 더 험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7일 찾은 강원 고성군의 산불피해 지역은 복구를 마쳤지만 민둥산에 가까웠다. 약 3.6ha(헥타르)가 불에 탄 한 산지는 4년5개월 전 자작나무와 낙엽송을 심었지만 여전히 녹색보다 회갈색으로 보였다. 어린 낙엽송은 성인 남성 키보다 작았다. 간신히 2m를 넘긴 자작나무가 간간이 보였다.
강원 지역 토양에 적합해 잘 자라는 소나무를 심은 산지는 그나마 초록빛이 돌았지만 듬성듬성 빈 곳에 흙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고성군 관계자는 "이렇게 복구되기까지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아예 벌채에 동의하지 않은 산지는 검게 그을린 채 죽은 나무가 방치돼 있었다. 조림 동의를 받지 못한 산지에 선 피해목에선 아직 검은 가루가 손에 묻어났다. 조림된 반대편하고는 대조된 모습이다.
산주들이 벌채조차 동의하지 않는 것은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산불 책임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끝날 때까지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고성·속초 이재민들이 한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은 총 40건인데 이 중 19건 재판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종료된 21건 중 배상 액수가 87억원으로 가장 큰 사건 판결은 지난해 11월 대법원까지 가서야 최종 확정됐다.
나무 심기에 동의했다가 개발 세력의 제안으로 결정을 번복하는 경우도 있다. 고성·속초 산불로 인해 개발을 저해하던 나무가 사라지면서 되레 개발 여건이 개선되자 일대 토지 개발 바람이 분 것이다. 6년 전 산불 이후 산주가 돌연 벌채와 조림 동의를 철회한 사례는 고성군에서만 14건으로 파악됐다.
조림이 확정된 산지는 고성군 전체 산불 피해 지역의 70%가량에 불과하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에 따라 동의를 받을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면 동의 없이 벌채가 가능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한계가 있다. 향후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산주들과의 소송전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림에 동의해도 산주가 나무 종류를 선택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산림청 지침에 따르면 조림 권장수종만 78가지에 달한다. 산주들은 권장수종에서 벗어나 열매가 열리는 나무를 요구하기도 한다. 막상 심었다가 식생이 맞지 않아서 화재에 취약하다고 알려진 소나무를 심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강원 지역 적합 수종이기 때문이다.
애초 벌채부터 동의받지 못해 나무가 죽은 채 방치되는 산지도 있다. 추후 산불이 나게 되면 피해를 키우는 마른 장작이나 다름없지만 지방자치단체가 나설 방도가 뚜렷하게 없다.
복구 비용도 상당한 수준이다. 고성군과 속초시는 벌채와 조림 피해복구비로만 약 269억원을 투입했다. 울창한 숲이 되기까진 30년이 걸린다. 토양의 미생물 등 생태계 회복까지는 100년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