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기상" 보고 압박에 허둥지둥…'모텔 셀프 감금' 이렇게 속았다

윤혜주 기자
2025.10.01 14:14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원에 30분 단위로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고, 보호관찰 명목 아래 스스로를 모텔에 감금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구조됐다. 피해자 A씨가 보이스피싱 조직과 주고받은 메시지/사진=뉴시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원에 속아 스스로 호텔에 갇혀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고 7900만원을 이체하려 한 30대가 경찰에 구조됐다.

1일 뉴시스에 따르면 울산에 사는 30대 A씨는 지난달 9일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특급사건 수사 중 당신 계좌가 발견됐다. 금융자산을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 조직원은 " 등기를 보냈는데 전달이 안됐다. 등기 수령이 어려우면 IP주소를 불러줄테니, 접속해 내용을 확인하라"고 했고, A씨가 사이트에 접속한 후 인적사항을 입력하자 구속영장, 은행, 거래내역, 공문 등 총 3가지 서류가 생성됐다. 그러나 이 서류들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A씨를 속이기 위해 위조한 것이었다.

또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A씨에게 "이 사건의 피고인으로 기소돼 몇 가지 진술을 해야 한다"며 "아무도 없는 곳으로 이동하고, 인터넷에서 확인한 3페이지의 서류를 촬영하라"고 요구했다.

이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A씨는 이후 검사, 금융감독원 과장 등 사칭범의 말에 속아 범죄에 사용될 휴대폰까지 신규 개통했다. A씨는 사칭범이 '보호관찰 장소'라고 유도한 모텔에 스스로 셀프감금 돼 조직원이 가르쳐 준 계좌로 7900만원을 이체하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피해구제 대상자 명단을 통보받은 즉시 A씨의 소재를 추적했고, 이를 통해 직장에 출근하지 않은 A씨가 해당 호텔에 머물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A씨는 조직원에게 30분 단위로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는 등 심리적 지배를 당하고 있었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원에 30분 단위로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고, 보호관찰 명목 아래 스스로를 모텔에 감금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구조됐다. 피해자 A씨가 보이스피싱 조직과 주고받은 메시지/사진=뉴시스

조직원과 A씨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면 A씨는 "택시 탑승하겠습니다", "택시 하차했습니다", "호텔에 도착해있습니다"라고 조직원에게 보고했다. 심지어 "오전 8시 기상 보고 드립니다. 취침간 특이사항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도 있었다. 조직원은 "택시 하차는 1시간 전에 했는데 입실 보고는 하지 않으셨다. 특별한 사유가 있느냐"고 따져물었고, 이에 A씨는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경찰은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고 하는 A씨를 설득한 끝에 그의 금전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피해자 B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전달하기 위해 구매한 골드바/사진=뉴시스

지난달 19일에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1억9000만원 상당의 골드바를 구매했던 60대 여성 B씨가 경찰의 도움으로 피해를 면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B씨는 카드사 콜센터, 금융감독원, 검사 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계좌가 범행에 이용돼 자산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고는 적금을 해지하고 골드바를 구매했다.

수사팀은 피해구제 대상자 명단을 통보받고 약 3시간 동안의 통신수사 등을 통해 B씨를 만났다. 그러나 B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심리적으로 지배를 당해 진술을 거부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수사팀은 B씨를 끈질기게 설득했고, 100g 골드바 10개를 피해자의 집에서 모두 확인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지난달 22일에도 60대 남성 C씨가 같은 수법에 속아 2억8270만원 상당의 골드바를 구입하려고 했으나 수사팀의 도움으로 피해를 예방했다.

경찰 관계자는 "카드 및 등기 배송을 미끼로 접근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최근엔 숙박업소에 셀프 감금까지 시키는 악성 수법이 자주 발생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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