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대형 마트처럼 진열해 판매하는 '창고형 약국'에 소비자 반응은 긍정적이나 의약품 오남용 우려가 제기된다. 소비자들이 창고형 약국으로 몰리면서 동네 약국이 줄폐업하는 '약국 사막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지난 17일 경기 고양의 한 창고형 약국 매장에는 수많은 약과 건강기능식품이 진열됐다. 해열진통제부터 비타민까지 다양한 종류의 약과 건강기능식품 구매가 가능했다.
제품 가격대는 동네 약국보다 저렴한 수준이었다. 속쓰림 증상을 완화하는 한 제품은 서울의 동네 약국에선 4000원에 판매됐는데, 이 매장에선 3000원에 살 수 있었다.
창고형 약국에서 동네 약국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이유는 대규모 물량을 들여오기 때문이다. 동네 약국보다 사입가가 낮아 싸게 판매할 수 있다. 제품당 이윤을 낮추는 대신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여 판매량을 키우는 전략을 취한다. 일부 창고형 약국에서는 자체 브랜드(PB)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창고형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가격이 저렴하고 다양한 제품을 한곳에서 구매할 수 있어서다. 50대 남성 이모씨는 "어머니께 영양제 등을 사다 드리기 위해 찾았다"며 "매대가 조금 비어 있으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도 조금 싸고 종류도 많아서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창고형 약국에서 만난 50대 여성 홍모씨도 "철분제 등을 사러 간혹 오는데 가격이 20~30% 더 싸다"고 했다.
약물 오남용 우려도 한다. 홍씨는 "싸다고 막 카트에 담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테니 (약물 오남용이)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60대 여성 이모씨는 "반려견 심장사상충 약을 구매했는데 딱히 설명이 없었다"며 "정보를 정확히 모르고 잔뜩 싸다고 사면 그런 (오남용) 일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혜정 대한약사회 학술이사는 "우리가 대형마트에 갔을 때처럼 (가격이 저렴하니) 자꾸 불필요한 약들도 사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사놓은 지사제나 진통제 등 상비약을 '아까운 데 이럴 때도 먹어도 되지 않나'하고 잘못된 용법, 용량으로 먹으면 몸에 독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설령 먹지 않더라도 버리게 될 경우 이는 버려지는 의약품으로 인한 환경 오염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창고형 약국이 늘어날 경우 동네 약국이 직격탄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15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권영희 대한약사회 회장은 "자본 종속형 약국은 이윤 극대화에 치중하게 되고 결국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기며 지역 약국을 소멸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창고형 약국 근처에 위치한 동네 약국 약사는 "불필요한 가격 경쟁과 소비자들의 비난 가능성이 걱정된다"라고 했다.
김동균 광주광역시약사회 회장은 "약물 오남용을 우려하면서도 소비자가 언제든 값싸고 다양한 약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찬성"이라며 "다만 처음 생긴 창고형 약국이 어떻게 문제가 될지 알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창고형 약국의) 약사 인력과 상담 등에 대한 규정을 어떻게 새롭게 만들지 고민해 나가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