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10나노대 D램 기술을 중국 창신메모리(CXM)로 유출한 전 삼성전자 임원 등 10명을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유출된 기술은 삼성전자가 4년간 1조6000여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로, 예상 피해액만 수십조원이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윤용)는 23일 창신메모리 개발실장 A씨 등 핵심 인력 5명을 산업기술보호법위반(국가핵심기술국외유출등)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파트별 개발책임자 등 나머지 5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창신메모리는 중국 정부가 2조600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중국 최초이자 유일한 D램 반도체회사다.
검찰에 따르면 창신메모리 1기 개발실장 50대 A씨는 삼성전자 부장 출신으로,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이자 창신메모리 투자 담당인 50대 B씨와 공모해 2016년 9월 삼성전자에서 창신메모리로 이직한 C씨를 통해 삼성전자 국가 핵심기술인 '18나노 D램 공정정보'을 빼돌렸다.
A씨와 B씨는 퇴직·내부 문제 등으로 나간 직원들을 대상으로 영입리스트를 작성했다. 이들을 비롯해 기소된 피의자들은 최고실장급의 경우 최대 30억원의 연봉을 제시받았고, 적게는 퇴직 당시 받은 연봉의 2~4배까지 약속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별도의 사건인 대기업 협력업체 기술유출건을 들여다보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월 국가정보원 정보를 바탕으로 수사하다 이번 사건 주범의 개인 컴퓨터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서버에서 자료 등 정황을 포착해 직접수사에 착수했고, 같은달 A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같은해 3월 관련자들의 주거지·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유출자료를 확보해 창신메모리 자료와 삼성전자 자료의 일치율이 56.7%에서 98.2%로 오른 사실을 확인했다.
수사 과정에서 A씨는 △위장회사를 통한 입사 △인근 도시 경유 입국 △귀국시 핸드폰·USB 반납 △주기적 사무실 변경 △중국 이메일 사용 △국가정보원 상시대비 행동 지시 △출국금지·체포시 암호를 전파하는 등 수사에 철저히 대비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검찰은 필체 감정을 통해 자료 유출자인 연구원 C씨를 특정하고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했다. C씨는 현재 중국 체류중으로, 12장 분량의 기술을 자필로 직접 적어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기술유출 범죄는 한글·워드 파일로 조금씩 베끼거나 원격 접속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후 수사를 이어나간 검찰은 지난 5월 B씨를 구속 기소하고, 2기 개발팀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그 과정에서 SK하이닉스 영업비밀이자 국가핵심기술이 추가로 유출된 정황도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 10월 창신메모리 2기 개발실장과 팀장·수석 3명을 구속 기소했다.
창신메모리 2기 개발실장과 팀장·수석은 1기 개발팀으로부터 해당 정보를 전달받아 2018년 2월부터 2023년 초순까지 중국 설비에 맞도록 수정·검증해 중국 최초이자 세계 4번째로 10나노대 D램을 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중국 현지 직원들의 진술과 이메일 등을 바탕으로 개발 과정을 재현하고 여타 증거를 합쳐 창신메모리 개발팀의 개발일정을 확정지었다. 기술유출 관련해 중국은 범죄인인도조약 협조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중국으로 범죄자들이 넘어가는 순간 이메일과 관련 진술 증거가 중요해지는데, 검찰이 이를 놓치지 않고 증거를 수집해 범죄사실을 재구성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기술유출로)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액 감소만 5조원 상당으로 추정되며, 향후 국가 경제에 발생하는 피해액만 최소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해당 피해규모는 삼성전자 기술이 유출되지 않았다면 중국 회사 등의 수출이 이뤄지지 못했을 경우를 상정해 계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앞으로도 산업기술의 국외 유출범죄에 엄정 대응하고, 재판을 통해 범죄에 걸맞은 형을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