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비는 전통시장, 가벼워진 장바구니…고물가에 간소해진 차례상

박상혁 기자
2026.02.16 07:58
설 차례상 차림 비용, 설 차례상 간소화 표준안./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2일 찾아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차례상을 준비하는 시민들의 발길에 시장 안이 북적였다. 과일·고기·채소 판매대 앞에선 좋은 물건을 고르려는 손님들끼리 자리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가 상승에 조금이라도 차례상 준비 부담을 줄이려고 전통시장이 붐빈다. 차례상을 간소화하겠다는 반응도 나온다.

16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발표한 '2026년 설 차례상 차림 비용'에 따르면 올해 차례상 평균 비용은 23만3782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22만4040원)보다 4.3% 오른 수준이다. 전통시장에서 구매했을 경우를 전제로 한 분석이다. 대형마트 차림 비용은 27만1228원으로 전통시장보다 높다.

최근 농축산물 물가가 오르면서 전통시장은 찾은 시민들은 차례상 차림비용이 지난해보다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손옥순씨(78)는 "명절을 맞아 가족들이 집으로 모이기 때문에 차례상 구색은 갖춰야 할 것 같아 과일과 생선, 고기, 나물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지난해보다 더 오른 것 같아서 양을 줄이거나 시루떡이랑 밤은 생략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주부 이선영씨(57)도 "일부 과일이랑 고기 가격이 많이 오른 것 같다"며 "생각보다 비용 부담이 커서 차례상에 생선류는 구매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직접 시장을 돌며 가격대를 살펴보니 과일은 사과·배 각 4개와 감 2줄, 천혜향 10개를 기준으로 9만2000원이 나왔다. 나물은 고사리·더덕·도라지 3종을 각각 한 근씩 준비할 경우 2만원 가량이 들었다. 불고기용 소고기는 1근에 1만3000원, 떡국은 1㎏ 기준 2만1000원 가량에 판매되고 있었다.

상인들도 가격이 올랐다고 했다. 청과물시장 상인 정모씨는 "지난해엔 사과 4개를 1만원 이하에 팔았는데, 올해는 그 이상"이라며 "작황이 좋지 않아 공급도 부족한 데다 주변 상인들도 비슷한 가격을 붙이면서 가격대가 올랐다"고 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가 팬데믹 이후 장기간 이어지면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며 "가격 상승으로 소비가 줄어드는 흐름이 굳어지다 보니 명절 대목인데도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위기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면 차례상 간소화 움직임이 늘어날 것"이라며 "물가 안정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12일 오전 설 연휴를 앞두고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의 한 떡집 앞에 떡국떡을 사려는 시민들이 줄을 섰다./사진=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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