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보다 기름값이 더 들어" 유가 치솟자 속타는 화물차

최문혁 기자
2026.03.10 04:00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따른 중동정세 불안 여파로 국내 주유소 기름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9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기록돼 있다. /사진=뉴시스

"이 가격이면 차라리 운행하지 않는 편이 낫겠단 생각이 들어요."

25년차 화물차 기사 윤일선씨(56)는 동료들과 모여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중동사태로 유가가 치솟으면서 "운임을 포기하더라도 기름값을 아끼는 게 낫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고 했다. 윤씨는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기름을 넣으러 갔다가 1시간 넘게 기다렸다"며 "화물차 기사들이 값이 싼 주유소마다 몰렸다"고 말했다.

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서울의 경유 평균가격은 리터당 1971원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지난달 28일 가격(1664원) 대비 18.45% 급등했다.

서울시내에선 휘발유·경유 가격이 모두 리터당 2000원을 넘는 주유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특히 공습 전 1600원대를 유지한 경유 가격은 3년 만에 휘발유 가격을 넘어섰다. 통상 화물용·군용·산업용 차량은 경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경유 수요가 급증한다. 전쟁에 따른 불안정한 공급은 가격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유 가격상승은 화물운송업계에 치명적이다. 유가가 올라도 운임은 고정돼 유류비 상승분이 운수업자의 비용부담으로 이어진다. 박재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정책선전국장은 "화물차 기사 전체 매출의 3분의1 정도가 유류비로 빠져나간다"며 "유가는 오르는데 운임은 그대로인 현재 상황은 소득에 큰 타격"이라고 설명했다.

장거리를 운행하는 화물차 기사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전북 군산에서 영남권 일대로 화물을 운송하는 윤일선씨는 하루평균 600~700㎞, 많을 때는 1000㎞를 운행하며 매일 40만~60만원을 유류비로 지불한다. 그는 "기름값이 올라 하루 유류비가 7만원 정도 올랐다"며 "월수입이 크게 줄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 달에 20일을 운행한다고 했을 때 약 140만원의 추가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택배기사 최모씨(54)는 "택배·화물차들은 대부분 경유 차량"이라며 "특히 회사에서 기름값을 보전해주지 않는 개인 운수업자들은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이천의 한 물류센터를 담당하는 최씨는 "택배기사 중 비교적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편인데도 1주일에 한 번씩 40만~50만원 정도 주유한다"고 했다.

택시업계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21년째 개인택시를 모는 문승환씨(57)는 "택시는 대부분 LPG(액화석유가스)를 사용해 아직 크게 오르진 않았다"면서도 "기름값이 올랐으니 가스비도 오를 것"이라며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가파르게 오른 유가를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유가는 운수업계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며 "유류세 인하가 이미 적용된 상황에서 비축유를 풀거나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는 등 유가를 안정화시킬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국내 주유소들의 가격급등 현상을 주시한다. 정부는 석유 판매가격의 '상한선 지정'을 추진하고 주유소 등의 가격담합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시장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점진적으로 줄여온 유류세 인하폭을 다시 확대하는 방안과 비축유 방출 등 다른 대안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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