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폭력 신고 건수가 연간 10만건을 넘어섰지만 이를 직접 규율하는 별도 법안은 여전히 공백 상태다. 최근 발생한 '남양주 살인사건'을 계기로 교제폭력 관련 입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교제폭력 관련 112신고는 총 10만5327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8만8394건) 대비 19% 늘었다. 현재 수사기관은 교제폭력에 대해 가·피해자 관계와 폭력유형에 따라 △형법 △가정폭력처벌법 △스토킹처벌법 등으로 의율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형법은 반의사불벌 조항이 있어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면 실질적인 당사자 분리조치로 이어지지 못할 여지가 있다.
교제폭력을 직접 규율하는 법안은 없다. 현행법으로 교제폭력을 규율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 △스토킹처벌법 개정안 △교제폭력처벌 특례법 형태로 입법안이 발의됐다. 교제폭력을 구분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3가지 법안으로 입법 공백을 메우겠다는 취지다.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에는 대표적으로 법에 '교제폭력' 정의를 추가하거나 교제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절차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교제폭력처벌 특례법은 교제폭력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보호절차를 전반적으로 규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친밀한 관계 전반에서 발생하는 폭력범죄에 차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도 있다.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은 입법이 비교적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교제폭력처벌 특례법은 교제폭력을 새롭게 정의하고 범죄특성을 반영한 처벌절차와 보호조치를 마련할 수 있다는 필요성에서 논의된다.
다만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22대 국회에서 교제폭력에 관련된 특례법 제정안은 이날까지 총 4건 발의됐다. 아직 상임위원회 논의는 끝마치지 못한 상태다.
특례법 외에 스토킹처벌법 개정안과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도 총 14건 발의됐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2024년 발의한 스토킹방지법 개정안은 성평등가족위원회에서 논의됐다. 하지만 함께 발의된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가 한 번도 되지 않으면서 방지법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법 공백이 지속될 경우 가장 큰 피해는 결국 교제폭력 피해자라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허윤정 한국여성변호사회장은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하면 수사기관은 개입할 수 없어 피해자만 그 위험을 혼자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행법에 교제폭력이 포섭되지 않으면 접근금지 등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피해자 보호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