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 100만원 팔면 뭐 하나""딸기 포장 못해"...농어촌도 고유가 쇼크

민수정 기자, 박진호 기자
2026.04.08 17:06
/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기름값 빼면 남는 게 없습니다. 이미 조업을 중단한 어민들도 있습니다."

경북 영덕에서 어업을 하는 김해성씨(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 회장)는 최근 치솟은 유가에 한숨을 내쉬었다. 대게를 잡아 하루 100만원어치를 팔아도 기름값과 인건비를 빼면 수익이 거의 남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내 농어촌이 직격탄을 맞았다. 면세유 가격 상승에 더해 비료·자재 수급까지 흔들리면서 경영 부담이 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면세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 휘발유 기준 리터(ℓ)당 1240.48원을 기록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12.3% 올랐다. 자동차용 경유는 1451.59원으로 중동 전쟁 발발 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정부가 유류비 부담이 큰 농어업인을 대상으로 기름 구매 시 세금을 면제해주고 있지만 가격 상승분을 막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농업 현장에서는 "이제 버티기 힘든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채소 농가 안모씨(35)는 "경영비는 계속 오르는데 그만큼 농산물 가격은 따라주지 않는다"며 "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다른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딸기를 재배하는 50대 박모씨는 "딸기 농사 자재는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하는데 운송료가 올랐다"며 "스티로폼 포장 용기는 수급이 안돼 농장마다 빌려달라고 아우성"이라고 했다.

비료 가격 상승도 체감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비료용 요소 수입의 40%가량을 중동에 의존한다. 지난달 중동지역 요소 수출 가격은 톤(t)당 67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7배 올랐다. 안씨는 "양액이나 순수 수경재배 농가는 비료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수급이 막히면 농작물 재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어업 상황도 다르지 않다. 어선용 고경유 가격은 1드럼(200ℓ)당 27만원 수준으로 한 달 새 60% 가까이 치솟았다. 국내 고등어 대부분을 공급하는 대형선망수협 관계자는 "한 선단(배 6척)마다 한 달에 기름을 1500드럼 가까이 사용하기 때문에 부담될 수밖에 없다"며 "경비가 오르면서 출항을 하더라도 고기가 잡히지 않으면 빨리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전쟁 휴전? 바로 영향 없을 것"
국내 고등어 어획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선망수협 소속 16개 선단의 어선들이 지난 2월23일 오전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설 연휴 이후 첫 조업을 위해 일제히 출항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유가 안정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을 조건으로 2주 휴전에 합의했지만, 공급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에서다.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은 "해협 통행료 등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니기 때문에 유가가 단기간 안정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전쟁이 길어질 경우 하반기 이후에는 비닐 수급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산물 가격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지웅 부경대 해양수산경영경제학부 교수는 "수산물 가격은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지만 전쟁 장기화는 고등어·오징어 등 대중 소비 품목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에너지 구조 전환 필요성도 거론된다. 박 부장은 "전기 어선과 같은 대체 연료 활용은 국내에서 아직 초기 단계"라며 "중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어선 등 에너지 안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농어민 지원을 확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해 "고유가에 직접 노출된 농어민 등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농어민에게 유가 변동 보조금, 비료와 사료 구매비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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