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못 내면 가두는 한국…해외는 처음부터 '낼 수 있는지' 따진다

벌금 못 내면 가두는 한국…해외는 처음부터 '낼 수 있는지' 따진다

양윤우 기자, 오석진 기자, 정진솔 기자, 이혜수 기자
2026.05.27 17:38

[MT리포트]구멍 많은 노역제도⑤

[편집자주]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벌금을 내지 못한 수감자를 노역장에서 일하도록 하는 노역 제도에 구멍이 많다. 황제노역만 문제가 아니라 노역수 병원비에 세금이 허투루 쓰이고 있다. 1953년 형법 시행이후 한번도 바뀌지 않은 탓인데 이제는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때다.
성동구치소 /사진=머니투데이 DB
성동구치소 /사진=머니투데이 DB

노역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법조계에서는 벌금이 선고되는 단계부터 납부 가능성과 처벌 효과를 함께 따지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부 해외 국가는 처음부터 피고인의 소득과 경제력을 반영해 벌금액을 정한다. 낼 수 있을 만큼만 벌금을 매긴다는 뜻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현행법은 범죄의 내용과 책임 정도를 고려해 벌금 총액을 정하고 이를 내지 못하면 노역장에 유치하는 방식인 총액 벌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피고인들은 경제 사정에 관계없이 동일한 벌금을 낸다. 이들이 벌금을 낼 수 있는지, 벌금이 실제로 어느 정도 부담이 되는지는 고려되지 않아 경제력에 따라 실제 부담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반면 해외 일부 국가는 일수벌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먼저 범죄가 얼마나 무거운지에 따라 벌금 일수를 정한다. 그다음 피고인의 소득과 경제 사정을 따져 하루 벌금액을 정한다. 최종 벌금액은 벌금 일수와 하루 벌금액을 곱해 산정된다.

소득이 낮은 피고인은 하루 벌금액이 낮아 전체 벌금이 줄어든다. 반대로 소득이 높은 피고인은 하루 벌금액이 커져 전체 벌금이 늘어난다. 같은 액수의 벌금이라도 빈부에 따라 체감하는 형벌의 고통이 다른 만큼, 실제 부담을 균등하게 맞추자는 취지다.

일수벌금제를 시행하는 대표적인 나라는 핀란드다. 핀란드는 1921년 일수벌금제를 도입했다. 제도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2002년 핀란드 휴대전화 제조업체 노키아의 고위 임원이 단순 과속으로 10만달러(약 1억5000만원)가 넘는 벌금을 부과받으면서였다. 단순 과속에 거액 벌금이 나온 이유는 그 사람의 소득이 높았기 때문이다.

독일, 스웨덴, 스위스 등 일부 유럽 국가들도 소득이나 경제력에 연동해 벌금액을 산정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공통점은 벌금을 단순한 금액이 아니라 실제 부담으로 본다는 점이다. 벌금 미납자를 나중에 어떻게 처리할지를 고민하기 전에 부담이 가능하면서도 처벌 효과가 있는 벌금을 정하는 데 초점을 둔다.

한국도 일수벌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199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제도화 논의는 번번이 무산됐다. 벌금액을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검찰 간부는 "정당한 벌금을 매기려면 피고인의 소득과 자산이 투명하게 파악돼야 하지만 쉽지 않아서 산정이 어렵다"며 "정부가 개인의 소득과 재산 규모를 확인하는 행위에 대한 반발이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일수벌금제로 바꾸려면 정확한 재산 산정이 전제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형법은 일반법인 만큼 벌금형 체계 자체를 손보려면 형법 전반에 대한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의 재산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우선 범죄수익부터 제대로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수벌금제는 소득·재산 파악과 집행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하는 제도라 단순히 해외 사례를 가져와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실효성 논란도 있다. 소득이 투명한 직장인에게는 제도가 엄격하게 적용되는 반면 현금 수입이 많거나 범죄수익을 숨긴 사람에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약 유통,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등 범죄수익 은닉 가능성이 큰 사범에게는 오히려 실제 경제력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앞서 여러 국가들도 벌금형의 형평성을 높이고 벌금을 내지 못해 교도소에 수감되는 인구를 줄이기 위해 일수벌금제를 도입했지만 실패했다. 영국은 일수 벌금제를 1992년 도입했지만 개인의 실질 소득과 재산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행정 인프라가 미비했고 법원이 일일이 소득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업무 부담이 가중돼 결국 6개월 만에 제도를 철회했다. 미국도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뉴욕주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했다가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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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우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양윤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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