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수사권 없어지는데 일단 수사하라니"…검사들의 딜레마

양윤우 기자
2026.05.07 16:15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게양대에 검찰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약 5개월 뒤 수사권이 없는 공소청으로 대체되는 검찰청 내 검사들에게 수사 성과 내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적극적으로 수사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놓였다는 반응이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패·경제·공공·마약 등 주요 범죄를 수사하던 검찰청은 오는 10월2일 폐지되고 수사 기능을 없앤 공소청으로 대체된다. 공소청은 경찰청이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수사한 사건을 넘겨받아 재판에 넘길지 판단하고 법정에서 공소를 유지하는 역할만 맡게 된다.

제도 개편의 방향성에 따라 10월 이후 수사를 못하는 검찰은 직접 수사를 자연스럽게 줄여가며 기존 사건을 마무리짓는 일명 '페이드 아웃'에 들어가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수사할 일이 생기면 검찰을 찾는다. 최근 김창민 영화감독 사망 사건이 대표적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으로 사건 가해자들이 구속되지 못하자 검찰의 보완수사로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검찰은 전담 수사팀을 꾸려 재수사에 착수했고 피의자들을 반년 만에 구속했다. 이후 정 장관은 검찰의 보완수사 성과를 공표했다.

수사 성과를 요구하고 적극적인 수사를 장려하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법무부는 최근 금융·증권·공정거래·부정부패·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등 전문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검사 11명에 포상을 수여했다. 곧 수사권을 내려놓아야 할 조직에 적극적으로 수사해 성과를 내라는 신호를 공식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검찰 내부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수사권을 없애겠다는 정책과 주요 범죄에는 여전히 검찰의 수사 역량을 활용하려는 현실이 충돌하고 있어서다.

한 법조인은 "검찰의 직접 수사는 줄이라면서 국민적 관심 사건이 생기면 결국 검찰이 보완수사를 한다"며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인지, 하라는 것인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이 들린다"고 했다. 이어 "검찰 수사는 문제라면서 수사 성과는 인정하는 모순적인 상황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공공수사 분야에서 딜레마가 더 크다는 의견도 있다. 공공수사는 선거·공직자 비리·국가기관 관련 사건 등 정치적 해석이 붙기 쉬운 사건을 다룬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면 '폐지를 앞두고 존재감을 보이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반대로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정권 눈치를 본다'거나 '검찰개혁을 핑계로 수사를 피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검사들은 책임 소재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 사건을 크게 벌여도 오는 10월까지 마무리하지 못하면 수사 도중 조직이 바뀌면서 사건을 어느 기관이 끝까지 책임질지도 불분명해질 수 있어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지금 새로 인지한 사건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장기 수사가 필요한 사건은 어느 시점부터 넘겨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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