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보다 커진 '공룡' 상호금융...흔들리는 서민금융기관 정체성

금융지주 보다 커진 '공룡' 상호금융...흔들리는 서민금융기관 정체성

권화순 기자, 이창섭 기자
2026.05.07 17:50

[MT리포트]끊어진 대출사다리③

[편집자주] '잔인한 금융'의 공범이라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용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금융권을 흔들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포용금융'을 제도화할 대책을 찾기 시작했다. '왜 대출이 절박한 사람이 더 비싼 이자를 내는가'라는 대통령의 도발적 질문은 이제 금융의 ABC도 모르는 헛소리로 치부하기 어렵게 됐다. 지금의 신용평가시스템과 대출시장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짚어본다.

업권별 신용대출 보유차주 비중/그래픽=윤선정
업권별 신용대출 보유차주 비중/그래픽=윤선정

상호금융 vs 타업권 총자산 비교/그래픽=이지혜
상호금융 vs 타업권 총자산 비교/그래픽=이지혜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을 처음부터 다시 정리해야 한다"(김용범 정책실장)

지난 4일 김용범 정책실장이 페이스북에서 비판한 '서민금융기관'은 사실상 상호금융권을 겨냥한 것이다. 농협·신협·수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은 이 실장이 언급한대로 '비과세 혜택과 지원'을 받고 '서로 아는 관계'인 관계형 금융을 하도록 설계된 금융회사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동떨어졌다. 중금리 신용대출은 지난해 1조원이 채 되지 않았으며 은행보다 고신용자 대출쏠림이 더 심각했다.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대출 비중은 23.7%로 지난 10년간 5배 불어나 '정체성'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호금융권의 지난해 총자산은 1072조원으로 10년 전 530조원 대비 2배로 급성장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 전체 총자산 944조원을 넘어선 규모이며 KB금융지주(722조원)도 추월했다. 특히 상호금융권 중 농협(563조원)의 총자산은 NH농협금융지주(523조원)보다 많고, 심지어 우리금융지주(527조원)보다 덩치가 더 크다.

상호금융권은 예탁금 비과세혜택을 바탕으로 단기간 몸집을 불렸다. '완도수협'이 서울 잠실지점을 내는 식으로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전국구 수신이 가능하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나 주담대, 집단대출 재원으로 활용해 자산을 공격적으로 늘린 것이다.

상호금융은 관계형 금융, 즉 '서로 아는 관계'를 전제로 차주의 정성적 신용평가를 통해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실제론 아파트나 상가 등 담보대출 위주의 안전한 대출만 해왔다. 이로 인해 상호금융 여신 중 부동산·건설업 비중은 지난 2015년 4.9%에서 지난해 말 기준 23.7%로 5배 확대됐다. 관계형 금융이 아닌 비조합원 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32.0%에서 40.7%로 늘고 있다.

관계형 금융의 대표 지표로 볼 수 있는 신용대출 잔액은 전체 가계대출의 10%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중에서 중신용자 대상의 중금리대출은 지난해 7100억원에 그쳤다. 저축은행과 여전업계가 경기침체 와중에도 8조원, 9조원을 공급하는 동안 상호금융은 중신용자 대출을 사실상 '개점휴업'한 셈이다.

더구나 상호금융이 취급한 신용대출을 뜯어보면 대부분 초고신용자에 집중됐다. 신용점수 900점대 대출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45.6%)하며 800점대도 35.5%에 달한다. 신용도 최상위권에 대출의 80%를 내줬다. 은행보다 더 고신용자를 좋아하는 유일한 업권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상호금융 중앙회를 통해 집행되는 대안 신용평가 모델의 대출건수는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은 정체성을 잃은 서민금융기관의 역할 재정립을 예고했다. 정부의 가장 강력한 통제 수단은 비과세혜택 축소 및 폐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관계형 금융을 하라고 정부가 허용해 준 세제혜택이 비조합원 고신용자에게 돌아가고, 관계형 금융이 아닌 부동산 금융을 공격적으로 늘려왔다는 점에서 상호금융권 스스로 구조개혁의 빌미를 줬다"고 비판했다.

다만 한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 관계형 금융을 하면서 연체율이 많이 올라가고 건전성 문제가 심각해지자 심한 질타를 받았다"며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담당자 징계 등에 대한 보완대책과 함께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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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이창섭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이창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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