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직하려 삼성 반도체 기술 빼돌린 직원 재판 파기…형량 더 높아질 듯

양윤우 기자
2026.05.14 11:18

(상보)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중국 반도체 컨설팅 업체에 이직하기 위해 삼성엔지니어링(현 삼성E&A)의 반도체 제조 관련 자료를 빼돌린 전직 직원 사건을 대법원이 다시 심리하라고 판단했다.

1·2심은 유출된 자료가 영업비밀에는 해당하지만 첨단기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는데 대법원은 첨단기술에 해당할 수 있으니 재판을 다시 하라고 했다. 앞서 무죄로 판단됐던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유죄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14일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 누설 등)·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초순수 시스템 시공 관리와 발주처 대응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2019년 1월~2월 초순수 시스템 설계 도면과 설비 시방서(기준서) 등 회사 영업비밀이 담긴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초순수(Ultra Pure Water)는 물속이온과 미생물 등 각종 불순물을 최대 10조분의 1 단위까지 제거한 순수에 가까운 물이다.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각종 세정작업에 사용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06년부터 매년 300억 원 이상 연구개발비를 들여 초순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A씨는 관련 출력물을 주거지로 가지고 나와 보관했고 2019년 2월쯤 중국 반도체 컨설팅 기업의 초순수 담당자로 이직하기 위해 삼성엔지니어링에서 퇴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또 다른 엔지니어 B씨의 부탁을 받고 초순수 시스템 운전 매뉴얼과 시공 개선 자료 등 영업비밀을 넘긴 혐의도 받는다. 영업비밀을 받은 B씨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두 사람의 혐의 대다수를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3년, B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B씨는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2심은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원심은 "A씨의 범행은 관련 기술 연구·개발을 위해 투입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부정한 방법으로 탈취하는 행위"라며 "건전한 경쟁과 거래 질서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국가 산업 경쟁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 범죄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초순수 시스템 기술이 영업비밀에는 해당하지만 산업기술보호법상 첨단기술로 지정된 산업기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첨단기술·제품 범위 고시에 적힌 '고효율 RO 시스템 최적 설계 기술'은 해수 담수화 분야 기술인데, 이 사건 기술은 공업용수를 처리해 반도체용 초순수를 생산하는 공정수 분야 기술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당시 고시상 중분류로 구분된 담수가 해수 담수화에서 말하는 담수뿐 아니라 원수의 종류가 담수인 경우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산업발전법과 산업기술보호법의 입법 목적, 담수와 담수화의 일반적 의미, 고시와 산업 기술로드맵의 분류체계 차이, 이 사건 기술의 부가가치 창출 가능성 등을 종합하면 원심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A씨의 형량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기술보호법은 산업기술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사용되게 할 목적으로 유출한 경우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원심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보고 징역 3년을 선고했지만, 파기환송심에서 해당 기술이 산업기술로 인정되면 유죄 범위가 넓어져 양형에 불리하게 반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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