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해 함께 재판을 받던 김용현 전 국방장관·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김용군 전 대령 측이 항소심 첫 공판에서 줄줄이 법관 기피신청을 했다. 윤 전 대통령에 이어 이들 재판도 모두 미뤄졌다.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장관·노 전 사령관·김 전 대령 측은 서울고법 형사12-1부(부장판사 이승철)가 진행한 14일 재판에 출석해 재판부 기피신청을 했다. 이들은 구두로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면서 준비한 서면도 제출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측의 전날 기피신청 때문에 재판부는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만 변론을 분리하고 기일을 추후 지정하기로 했다. 몇분 뒤 김 전 장관 등이 구두로 기피신청을 함에 따라 이들 역시 변론이 분리돼 퇴정했다. 이들은 "한덕수 전 총리 판결에서도 어떤 예단이 있음이 밝혀졌다"며 윤 전 대통령 측이 낸 기피신청과 같은 이유를 들었다.
윤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은 전날 서울고법 형사12-1부 재판부 법관 3명인 이승철·조진구·김민아 판사에 대해 기피신청을 했다.
대리인단은 해당 재판부가 지난 7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면서 윤 전 대통령의 혐의를 사실로 인정하는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며 "윤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혐의에 대한 공방이 있기도 전에 이미 왜곡된 인식에 따라 예단을 형성하고 선입견을 가진 객관적 사정"이라고 주장했다.
내란 특검팀은 "법정에서 김 전 장관 등이 구두로 신청한 기피신청은 소송 지연 목적이 명백하므로 단호히 결정해달라"며 "간이기각 결정을 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재판부도 다소 유감이지만, 현재 단계에서 소송 지연의 목적이 명백하다거나 간이기각 할 것이 못된다고 판단해서 간이기각 결정하지 않겠다"며 "한번 정리하고 진행하는 것이 절차의 명확성 측면에서 낫겠다"고 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기피 신청이 있는 때에는 소송 진행을 정지해야 한다. 재판 지연의 목적이 명확하다면 해당 재판부가 간이기각을 할 수 있지만 윤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기피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인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가 검토하고 있다. 이날 접수된 김 전 장관 등의 기피신청도 형사1부가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 전 장관 등의 재판부 기피신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일반이적죄를 다루는 '평양 무인기 의혹' 사건 첫 공판에서도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다가 철회한 바 있다.
이외에도 김 전 장관은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한 재판부도 공판 과정에서 기피신청을 냈다가 취하했다. 당시 재판부는 "빨리 (재판을) 진행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며 변호인들에게 "기피 신청 취하서를 내달라"고 요구했다.
법조계 내외에서는 피고인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만큼 재판부 역시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시비를 방지하기 위해 기피신청에 대한 간이기각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