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늙는다"…땡볕 아래 93세 할머니, 택시 잡아준 여성[오따뉴]

류원혜 기자
2026.06.03 06:00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직 따뜻합니다. 살만합니다. [오따뉴 : 오늘의따뜻한뉴스]를 통해 그 온기와 감동을 만나보세요.
휴대전화로 택시를 호출하지 못해 땡볕 아래 서 있던 할머니를 도운 여성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다./사진=인스타그램 'buildingsales'

"우리 모두 늙습니다. 땡볕 아래 30분째 택시를 기다리는 93세 어르신을 잊지 말아 주세요!"

휴대전화 앱(애플리케이션)으로 택시를 호출하지 못해 무더위 속 도로변에 서 있던 할머니를 도운 여성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달 30일 40대 여성 A씨는 약속 시간에 늦어 서둘러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멀리서 봐도 지쳐 보이는 할머니가 도로 갓길에 홀로 서 있었다.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였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A씨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뭐 기다리세요? 택시?"라고 물었다. 할머니는 "응, 택시 기다려"라고 답했다. A씨는 "요즘에는 휴대전화로 예약해야 해서 잘 안 잡히는데…"라고 우려했다.

당시 93세 할머니는 인근 복지회관으로 가야 했지만 30분 넘게 택시를 잡지 못한 상태였다. 목적지는 도보로 10분 남짓한 거리였으나 거동이 불편해 걸어서 이동하기 어려웠다.

가까운 거리라 택시가 잘 잡히지 않자 A씨는 결국 자신의 휴대전화로 택시를 호출해 기다렸고, 기사에게 "할머니를 목적지까지 잘 부탁드린다"고 당부한 뒤 배웅했다.

A씨는 "다른 분들도 같은 상황에 처한 어르신을 보면 도와주시길 바란다"며 SNS(소셜미디어)에 영상을 공개했다. A씨가 택시에 탄 할머니에게 "조심히 가세요"라고 인사하자 할머니는 "고마워요, 고마워"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A씨는 "연신 고맙다고 하시는 어르신을 보며 마음이 좋지 않았다. 30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나갔겠냐"며 "젊은이들에게는 앱으로 택시 잡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스마트폰 사용이 어렵고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어르신들에게는 이동 자체가 높은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은 어떻게 택시를 타야 하냐. 앱을 사용하지 못하면 기본적인 이동권조차 보장받기 어렵다"며 "우리는 모두 늙는다. 언젠가 우리도 새로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우리 모두의 문제다. 길에서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을 마주친다면 살펴봐 달라. 작은 관심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될 수 있다"며 "정치인들도 이런 사각지대를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거창한 미래도 중요하지만 땡볕 아래 택시를 기다리는 93세 어르신도 잊지 말아 달라"는 말을 남겼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고령층 디지털 소외 현상이 점점 심해진다", "바쁜 와중에도 선뜻 도와준 마음이 아름답다", "택시 정류장을 더 많이 설치했으면", "저도 할아버지를 도운 적 있는데 앱으로 택시를 잡아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르시더라", "노인들이 버스나 지하철 타면 '늙어서 왜 타냐'고 하면서 택시 타기 힘들게 만들면 어쩌라는 거냐", "우리도 늙으니 도우며 살자" 등 댓글을 남기며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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