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는 것뿐만 아니라 돈을 빼앗거나 협박하는 행위도 노인 학대입니다."
16일 오전 서울 은평구 은평평화공원. 이곳에 삼삼오오 모인 어르신들은 경찰관의 설명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노인 학대는 때리는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적힌 OX 퀴즈 문제를 읽곤 '엑스'라고 외치며 스티커를 붙였다. 역촌동 주민 김윤수씨(91)는 "노인 학대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걸 배웠다"며 "정서적, 경제적 학대 같은 내용을 잘 알아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부경찰서와 서울시 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은 이날 평화공원에서 '노인 학대 예방 홍보활동'을 진행했다. 경찰관들은 경제적·성적 학대와 유기, 방임 등 노인 학대 유형과 신고 방법, 지원 절차가 담긴 안내문을 배포했다. 학대 사례 발견 시에는 112 또는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하거나 상담을 신청할 것을 안내했다.
노인 인식 개선을 위한 사진전도 열렸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주최한 사진 공모전 당선작들이 전시됐고 노인들이 직접 촬영하거나 가족·친구와 함께하는 일상을 담은 사진들도 포함됐다.
주민 노승옥씨(87)는 "노인 분들이 직접 찍은 사진들도 보니 멋져 보인다"며 "때리는 것 외에도 다양한 폭력이 있다는 점과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경찰은 노인 학대 대부분이 가족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주변의 관심과 적극적인 신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서부서가 송치한 노인 학대 사건의 피의자는 모두 친족으로 나타났다. 전체 29건 중 자녀에 의한 학대가 19건(66%), 배우자에 의한 학대가 10건(34%)을 차지했다.
지난 4일에도 치매를 앓는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서부서에 접수됐다. 피해자는 앞서 지난 4월에도 신고했지만 사건 접수를 원하지 않아 경찰이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와 경제적 지원을 실시했다. 경찰은 앞으로도 불시 방문 모니터링을 통해 해당 가정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서부서는 학대 재발 우려가 있는 노인을 대상으로 추가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재학대가 의심될 경우 보호조치와 지원 연계에 나설 예정이다. 또 노인보호전문기관과 협력해 고위험 가정을 방문 점검하고 요양원·양로원 등 노인복지시설을 대상으로 노인 학대 예방 홍보와 신고의무자 교육도 실시할 방침이다.
이날 홍보활동은 서부서가 지난 8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구청 등 유관기관과 함께 추진하는 '노인 학대 예방·근절 추진 기간'의 일환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