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들 몰래 어머니 유산 3억원 먼저 빼간 형…법원 판단은

박상혁 기자
2026.07.02 13:53
서울동부지법 형사2단독 서범준 부장판사는 컴퓨터등사용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56)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사진=뉴시스.

어머니의 재산 약 3억원을 동생들과 상의 없이 12차례에 걸쳐 자기 은행 계좌로 이체한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2단독 서범준 부장판사는 지난달 18일 컴퓨터등사용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56)에게 징역 8개윌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2022년 4월12일 서울 송파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사망한 어머니의 은행 계좌에 접속해 자신의 계좌로 540만원을 송금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 달 17일까지 공동상속인 동생 2명과 상의 없이 총 3억6190만원을 자신에게 이체했다.

조사 결과 이씨는 생전 어머니 명의의 계좌를 관리하며 은행 비밀번호 등 금융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사망한 어머니의 장례비와 상속등기 비용, 세금 납부 등에 쓰기 위해 돈을 이체했을 뿐이고 사적으로 사용할 의도는 없었다"며 "사용하고 남은 돈은 제자리로 다시 이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동상속인들과 상의 없이 망인의 예금을 사용한 용처는 급박한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장례비 역시 망인의 예금 없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해당 범행으로 금융기관은 이체된 예금 상당액의 채무를 이중으로 부담할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했다. 이씨가 동생들의 상속분까지 먼저 이체하면서 상속 절차 없이 돈을 지급한 은행이 다른 상속인들의 상속분을 지급해야 하는 이중채무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이체한 돈의 상당 부분이 사적 용도로 사용된 것으론 보이지 않는 점, 남은 돈을 망인의 계좌로 재이체한 점, 사용된 금액엔 피고인의 법정상속분도 일부 포함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이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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