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뒤 살해된 8살...경찰은 유골 찾고도 은폐, 진실 끝내 묻혔다[뉴스속오늘]

박효주 기자
2026.07.07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1989년 7월7일 오후. 당시 경기 화성군(현 화성시) 태안읍에 살던 초등학교 2학년 김현정(당시 8세) 양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됐다. 당시 경찰은 김양으로 추정되는 시신과 유류품을 발견하고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그것이 알고싶다' 갈무리

1989년 7월7일 오후. 당시 경기 화성군(현 화성시) 태안읍에 살던 초등학교 2학년 김현정(당시 8세) 양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지만 김양을 찾지 못했고, 사건은 이듬해 '단순 실종'으로 종결됐다. 가족은 혹시라도 딸이 살아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 하나로 30년 동안 집 전화번호도 바꾸지 못한 채 기다렸지만 진실은 참혹했다.

범인 자백으로 30년 만에 드러난 진실

김양 실종 사건의 진실은 2019년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 이춘재가 추가 범행을 자백하면서 드러났다. 이춘재는 김양을 성폭행한 뒤 줄넘기로 결박해 살해하고 시신을 야산에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진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재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내용은 범행 자체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김양이 실종된 지 약 5개월 뒤인 1989년 12월. 경찰은 인근 야산에서 김양의 책가방과 신발주머니, 속옷 등 유류품을 발견했다. 이어 줄넘기에 결박된 채 발견된 어린아이의 유골 일부까지 확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이춘재가 "줄넘기로 김양을 묶었다"고 자백한 내용과도 일치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유류품과 유골 발견 사실을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고 관련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이후 김양 아버지의 재수사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사건 진실을 30년 동안 묻어버렸다.

재수사 시작됐지만, 당시 수사책임자 "기억 안 나"
1989년 7월7일 오후. 당시 경기 화성군(현 화성시) 태안읍에 살던 초등학교 2학년 김현정(당시 8세) 양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됐다. 당시 수사를 맡은 경찰관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답을 회피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그것이 알고싶다' 갈무리

2019년 재수사에서는 당시 수사 책임자가 사체를 은닉하고 증거를 인멸했으며 허위 수사보고서와 진술서를 작성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이 발견된 시신이 김양이 아니라는 근거를 만들기 위해 가족 진술조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하지만 관련 경찰관들은 수사와 언론 인터뷰에서 "기억나지 않는다", "모른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 형사처벌은 이뤄지지 않았고 30여 년의 시간이 흐르며 김양 시신도 끝내 찾지 못했다.

유족들은 '경찰이 은폐한 30년, 이춘재 화성 초등생 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혀주세요'라는 청원을 통해 "우리 가족은 이춘재만큼이나, 아니 이춘재보다 더 당시 경찰에게 분노를 느낀다. 그들은 연쇄살인마 이춘재의 공범이자 그보다 더한 범죄자들로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30년 기다린 가족…끝내 보지 못한 진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가 살해한 것으로 확인된 '화성 실종 초등생'의 유골을 찾기 위해 2019년 11월1일 오후 경기 화성시 병점동 한 공원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GPR(지표투과 레이더)장비를 투입해 발굴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형사처벌이 불가능해지자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경찰의 조직적인 은폐와 증거 인멸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30년 동안 묻혔고 그 과정에서 가족들이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김양 부모는 끝내 판결을 보지 못했다. 어머니는 2020년, 아버지는 2022년 잇따라 세상을 떠났고 소송은 오빠가 이어받았다.

2년 8개월간 이어진 재판 끝에 법원은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국가가 유족에게 2억2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조사 보고서 등을 비춰보면 경찰이 김양의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체를 발견했으나 불상의 방법으로 은닉하고 또 피해자가 살해됐을 가능성을 인식했는데도 단순 가출 사건으로 종결했다"며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조작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유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배상이 아니었다. 김양의 오빠는 "이제는 사과도 바라지 않는다. 당시 경찰이 무엇을 했는지, 그 진실만이라도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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