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나 사자" 매년 버려지는 우산 4000만개…다시 활짝 펼치는 사람들

민수정 기자
2026.07.13 04:13

[르포] 서울 마포 '수리상점 곰손'

폐우산 年 4000만개 추정… 분리배출·재활용정책 없어
대부분 일반쓰레기로 소각… 국가차원 공식 통계도 전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수리상점 곰손'에서 우산수리팀 '호우호우' 소속 율무씨(활동명)가 우산을 수리하고 있다./사진=민수정 기자.

지난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수리상점 곰손'의 작업대 위에는 살대가 부러진 꽃무늬 접이식 우산이 활짝 펼쳐져 있었다. 우산수리팀 '호우호우' 소속 율무씨(활동명)는 다른 우산에서 떼어 보관해둔 살대를 하나씩 가져와 길이를 맞춰봤다.

알맞은 살대를 찾고 나서는 철사 고리로 중심부에 고정하고 떨어진 천을 실로 연결했다. 살대의 균형을 살피고 우산을 여러 차례 접었다 펴는 마무리작업까지 마치자 우산은 다시 제 모습을 찾았다. 약 1시간 만이었다.

곰손에서는 매주 목요일 우산 수리가 진행된다. 율무씨처럼 수리법을 익힌 활동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고장난 우산을 고친다. 시민들이 직접 맡긴 우산뿐 아니라 서울시내 제로웨이스트(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 상점에서 수거한 '주인은 없지만 아직 쓸 수 있는 우산'도 이곳으로 모인다. 우산 사용이 많아지는 장마철이 가장 바쁜 때다.

최근 3년간 곰손을 거친 우산은 1000여개로 국내에서 해마다 약 4000만개의 우산이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곰손지기 정명희씨는 "우산 가격이 예전보다 저렴해지면서 고쳐 써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많이 줄었다"며 "자기 물건에 애착이 있거나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이 곰손을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환경부담 큰 '폐우산'…"통계부터 구축해야"
서울 마포구'수리상점 곰손' 뒷편에 쌓여있는 우산들. 어린이용 우산부터 장우산까지 종류가 다양했다./사진=민수정 기자.

우산은 재질과 구조가 다양해 일반 소비자가 직접 분리배출하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 일반쓰레기로 버려져 소각된다. 비닐과 플라스틱 등 탄소배출이 높은 소재가 많이 사용되는 만큼 환경부담도 크다. 일회용 우산 1개를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약 6920g의 탄소가 배출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환경보호를 위해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우산수리센터를 운영하지만 운영방식은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다.

폐우산 문제를 관리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자료도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폐우산 발생량이나 처리 방식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공식 통계는 없다. 우산이 종량제 봉투에 다른 생활폐기물과 함께 버려지는 탓에 정확한 집계가 어렵기 때문이다.

언론과 환경단체에서 주로 인용하는 '연간 4000만개 폐기'라는 수치 역시 곰손 활동가들이 국내 우산 판매량 등을 토대로 추산한 것이다. 우산 폐기가 환경에 부담을 준다는 공감대는 커지고 있지만, 관련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 자료조차 갖춰지지 않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수리보다 폐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생활권 안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수리 거점을 늘리는 동시에 폐우산 발생량과 처리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국장은 "과거에는 동네에서 우산을 고쳐주는 곳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다"며 "소비자들이 버리는 대신 고쳐 쓸 수 있도록 우산 수리 상점을 더 많이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산은 그동안 분리배출이나 재활용 정책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품목"이라며 "제대로 된 재활용 정책을 마련하려면 우선 폐우산이 얼마나 발생하고 어떻게 처리되는지 파악할 수 있는 통계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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