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없는 회장이 판 종중 땅, 계약 무효라는데…이미 쓴 돈은?

자격 없는 회장이 판 종중 땅, 계약 무효라는데…이미 쓴 돈은?

정진솔 기자
2026.07.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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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청사./사진=뉴시스
대법원 청사./사진=뉴시스

권한이 없는 사람에게서 종중 땅을 사 해당 계약이 취소된 경우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 당연히 돌려받아야 할 것 같지만 따져봐야 할 것들이 많다. 대법원은 매매대금이 종중을 위해 사용됐거나 적법한 대표자에게로 넘겨졌다면 반환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최근 한 종중과 토지 매수인 A씨 사이의 소유권이전등기 및 부당이득금 사건에서 본소는 상고를 기각하고, 부당이득금 반환을 구한 예비적 반소는 원심을 파기해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2014년부터 벌어졌다. B씨가 종중 회장으로 선임됐는데 이듬해 한 종원이 B씨 회장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B씨가 회장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고 2016년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2015년 10월21일 B씨를 상대로 회장 직무를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도 제기됐다. 이 가처분은 2015년 10월29일 받아들여졌다.

B씨는 가처분이 인용되기 직전인 2015년 10월27일 A씨와 종중 땅을 파는 계약을 맺었다. B씨는 매매대금 42억원 상당을 세금 납부, 변호사 선임료 등 소송비용, 사업이나 업무를 위한 비용, 업무추진비 등으로 썼다. 이후 법원이 선임한 직무대행자가 B씨로부터 통장과 예금 약 23억원, 자기앞수표 등을 넘겨받아 관리했다.

이와 관련한 재판에서 1·2심은 B씨가 체결한 종중 토지 매매 계약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를 인정해 A씨는 토지 소유권을 종중에 넘겨주게 됐다.

그러나 A씨가 종중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 소송은 판단이 갈렸다. 1·2심은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해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하지만 종중이 얻은 이익이 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종중이 A씨에게 매매대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갖지 못한 경우 공평, 정의의 이념에 근거해 이득자에게 반환의무를 부담시켜야 하고 실질적으로 그 이득이 귀속된 자에게 반환의무가 발생한다는 판례를 들어 종중이 A씨에게 일정 금액을 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 A씨가 지급한 매매대금 중 상당 부분이 종중의 적법한 대표자인 직무대행자에게 귀속됐거나 종중을 위해 사용됐다면 그 이익은 실질적으로 종중에 귀속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며 "원심은 A씨가 지급한 매매대금 중 종중을 위해 사용되거나 종중 대표자 직무대행자에게 지급돼 귀속된 금액이 얼마인지 심리해 반환시켰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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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솔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정진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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