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 명의만 넘겨, 땅 돌려줘" 이혼 앞둔 남편이 소송...대법 판단은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6.07.19 09:00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이혼을 앞두고 배우자 명의로 이전한 부동산에 대해 명의만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재산 관리나 세금 납부 등의 사정만으로 이를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부부의 경우 명의신탁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남편 A씨가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1980년 B씨와 혼인해 3남매를 두고 생활해 왔다. A씨는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은 토지 지분 가운데 일부를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증여 등을 원인으로 B씨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후 2023년 9월 A씨가 B씨를 폭행한 일을 계기로 별거가 시작됐고, B씨는 2024년 협의이혼을 신청했다. A씨는 해당 토지 지분은 실제로는 자신의 소유이고 단지 아내 명의로 등기만 해둔 명의신탁 재산이라며 소유권을 다시 이전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명의신탁으로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토지의 이전등기 비용과 재산세를 A씨 명의 계좌에서 납부한 점 등을 근거로 명의신탁이 인정된다며 1심을 뒤집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우선 토지 등기권리증이 부부가 함께 거주한 집에 보관돼 있었던 이상 이를 A씨가 단독으로 관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설령 A씨가 권리증을 보관했다고 하더라도 약 40년간의 혼인생활, 권리증 보관 장소, 별거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고려하면 그 사정만으로 명의신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토지 이전등기 비용과 2018년부터 2023년까지의 재산세 등이 모두 A씨 명의 계좌에서 지출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부부가 장기간 경제공동체를 유지해왔고 B씨가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며 공동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하면 해당 비용 역시 부부 공동재산에서 지출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A씨가 이혼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해당 토지에 대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면서 오히려 B씨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대상에서 토지를 제외하기 위해 뒤늦게 명의신탁을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한 점이 설득력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토지 지분을 피고에게 명의신탁했다고 단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명의신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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