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개체수 감소시키려면 잡아야 됩니다. 마치 금기어처럼 입 꾹 닫고 아무도 하지 않는 얘기, 그냥 제가 하겠습니다. 살처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양이 싫어서 혐오해서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게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구독자 50만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 '새덕후' 김어진씨가 한 말이다. 지난달 20일에 올린 '고양이,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영상에서였다. 바뀌기 전 제목은 '고양이, 이젠 죽일 수밖에 없습니다'였다.
마라도에 사는 귀여운 뿔쇠오리 모습으로 영상이 시작됐다. 여기엔 밝은 느낌의 배경음악이 깔렸다. 돌연 긴장감 있는 음악으로 바뀌며 고양이가 등장했다. 뿔쇠오리 굴을 뒤지고 다니는 모습, 새를 잡는 모습, 늘어 놓은 새 사체 등이 이어졌다. 날개와 몸이 절단된 사체를 보여주며 범인이 고양이라 했다.
본론은 마라도의 새와 고양이 얘기가 아녔다. 확장됐다. 전국에서 늘어나는 고양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화두가 갑작스레 바뀌었다.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트리고,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는 주범이 고양이인듯 문제가 제기됐다. 그 근거로 뉴질랜드, 호주의 장관 인터뷰를 들었다.
고양이 살처분에 대한 주제는 다시 '먹이주기'로 이어졌다. 엄연히 또 다른 얘기다. 하와이에선 고양이 먹이주기를 금지하는 조례가 있다고 했다. 토착 생물을 멸종 위기에 처하게 했고, 전염성 높은 질병을 퍼트린단 것. 그러면서 김씨는 길고양이 급식을 제한하는 국회 국민청원을 올렸다. 5만명이 충족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하게 됐다.
일순간에 고양이 생사를 가를 수 있는 무서운 주장들, 고양이 혐오를 부추길 수 있단 우려들, 매일 돌보며 살아가게 하려 애쓰던 이들의 걱정과 공분이 함께 쏟아졌다. 고양이 밥 주면 처벌한단 청원을, 다시 반대한다는 청원은 8만3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급식 제한 청원보다 6일 늦게 시작됐음에도 3만 여명이 더 많이 동의했다.
고양이를 죽일 수밖에 없다며, 인도적인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다며 몇 번이고 주장한 김씨. 영상에서 물 흐르듯 흘러간 엄청난 주장에 대한 그의 논거들은 정말 정확한 걸까.
우선 길고양이 개체수와 관련한 검증이다. 김씨는 "전국에서 늘고 있는 고양이 문제"라고 주장했었다.
길고양이 개체수는 감소했다. 2023년 3월 농림축산식품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길고양이 35만8000여 마리에 대해 중성화를 실시했고, 7대 특광역시(세종 제외) 길고양이 개체수(㎢당 마릿수)가 2020년 273마리에서 2022년 233마리로 감소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특히 번식 억제의 핵심인 '새끼 고양이 비율'은 2020년 29.7%에서 2022년 19.6%로 감소했다고 했다.
서울시가 낸 2021년 통계에서도, 길고양이 개체수가 2013년 25만 마리에서 2021년 9만8000마리로 줄었다고 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봐도 9만 마리 정도를 유지하고 있단 것이다.
나응식 수의사와 이학범 수의사도 28일 유튜브 '냥신TV' 채널에서 김씨 주장을 반박했다. 근거로 미국 수의사회가 발행하는 저명한 학술지인 JAVMA에서도 "길고양이 TNR을 시행한 도시에서, 개체수가 50% 감소폭이 있었다"고 했다. 반면 시행하지 않은 대조군은 47%가 늘었다고 했다. 미국 플로리다대에서 28년간 장기 추적한 관련 연구에서도 TNR 효과가 입증됐다고 했다.
"무너지는 생태계의 균형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겁니다. 새 VS 고양이가 아닙니다. 고양이가 새만 잡는 게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곤충, 파충류, 양서류, 포유류, 조류 등을 억 단위로 죽인다고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또 다른 지점은 고양이가 새 등 야생동물을 사냥한단 것. 그러면서 근거로 든 건 '네이처링'에 기록된 고양이 사냥 사례 약 700건, 캣맘이 남긴 사진 기록 등이었다. 국내서 길고양이가 새를 포함한 야생동물에게, 정확히 어느정도 악영향을 미치는지, 그로 인해 생물다양성을 얼마만큼 해치는지에 대한 건 없었다.
도심 길고양이 먹이의 90% 이상이 '사람 사료'란 조사 결과도 있다. 나응식 수의사와 이학범 수의사는 28일 유튜브 '냥신TV' 채널에선 서울대 수의대와 한국길고양이보호협회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자연 사냥감은 8%이고, 그중 조류 비중은 1~2% 수준"이라고 했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새가 감소하는 주요 원인은 소수 확률의 고양이가 아니다. 숲과 습지가 사라지고, 농약으로 곤충이 줄었으며, 유리창 충돌과 빛공해, 도시 개발이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고양이를 없애도 새는 장기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고 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언급했고 우리도 이미 다 아는 '생물다양성'의 주적은 길고양이가 아닌 인간이다. 카트린 뵈닝게제는 저서 '종의 소멸'에서 "종의 등장과 소멸은 옛날부터 자연과 진화의 과정이지만, 지금 그 속도는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기 이전에 비해 최소 10~100배는 더 빠르다"며 "그렇기에 이러한 멸종 원인이 바로 우리라는 사실을 입증한셈"이라고 했다.
엘리자베스 콜버트가 쓴 '여섯번째 대멸종' 책에선 이렇게 말했다.
"이제까지 어떤 생물도 이런 식으로 생태계를 바꾼 적이 없으며 이에 견줄만한 다른 일이 일어난 적도 찾아볼 수 없다."
김씨가 고양이에 대한 살처분 논거로 비중 있게 든 건, 호주와 뉴질랜드 사례다. 이를 국내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까.
이학범 수의사는 "호주는 야생 고양이(feral cat)이고 야생에서 사냥하며 사는 '들고양이'"라고 했다. 국내에 사는 길고양이는 사람 손을 타는 존재며 완전히 다르단 설명이다.
호주식 살처분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단 것. 호주는 야생에서 자라 번식해 '생태계 교란종'을 명확히 규정할 수 있으나, 한국은 발견된 장소가 도심(길고양이)이냐 산림(들고양이)이냐로 구분한단 것이다. 행정 편의적 구분이라 현장에선 명확히 나눌 수 없다고 했다.
김씨는 "제인 구달 박사가 저서 '희망의 자연'에서 '중성화는 사실상 전혀 효과가 없다. 윤리적인 방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들은 사라져야만 한다"고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서도 나응식, 이학범 수의사는 "제인 구달 재단은 TNR을 공식 지지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제인 구달 재단 공식 홈페이지에선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의 인도적 해법으로 TNR을 소개하고 있고, 구달 박사 공식 팟캐스트에서도 도심 길고양이 TNR 노력을 좋게 언급하고 있단 거였다.
특히 이학범 수의사는 "제인 구달도 살처분을 옹호했단 식으로 (김씨가) 얘기했던데, 저도 구달 박사 강의를 직접 들었지만 극단적인 얘기를 할 분이 아니다"라며 "특정 상황에서 필요할 수 있다, 정도였을텐데 앞뒤 다 자르고 가져와 그렇게 얘기한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동물권단체 카라도 "한 사람의 철학은 특정 문장이 아니라 오랫동안 일관되게 보여준 생각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제인 구달의 책 추천사를 보면, 인간이 고양이와 자연 환경 모두에 책임을 져야 한단 관점이다. 자연 보전과 동물 복지를 대립하는 게 아닌, 함께 고민해야 한단 그의 일관된 철학과도 연결 된다"고 했다.
"생태계에는 빈 자리가 없습니다. 고양이가 사라지면 그 자리를 다른 포식자가 차지합니다. 그 다음에는 누구를 살처분하라고 할 것인가요?" (동물권단체 케어, 7월 21일)
고양이를 다 잡아야한단 김씨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물려 있는 생태계 균형을 붕괴시킬 거란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단 것.
동물권단체 케어는 "먹이사슬은 하나를 제거하면 다른 곳에서 균형을 찾는다. 쥐와 고양이를 함께 제거하더라도 곤충이 증가하거나 다른 소형 포식자가 늘어나는 등 다른 문제가 또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태계는 하나의 종만 조절한다고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를 살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포식자를 죽이는 게 아니라 새가 살아갈 환경을 되돌리는 것"이라며 "숲을 복원하고 습지를 보전하며 농약을 줄이고 유리창 충돌과 빛 공해를 줄이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했다.
보전생물학자인 임정은 작가 저서 '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에선 옐로스톤 국립공원 사례가 나왔다. 가축을 해친단 이유로 불곰, 늑대 등을 무차별하게 사낭한 인간.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지자, 먹이사슬 아래 단계인 엘크 등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나무들은 서글픈 단발 머리가 됐다. 생태계 균형이 무너진 것이다. 이는 늑대 14마리를 들여오며 다시 균형이 맞춰졌다.
최병성 환경운동가(초록별평화연구소장,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는 "길냥이들이 사라지면 새들 천국이 아니라 쥐떼들이 출몰하는 끔찍한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며 "쥐는 50가지 이상의 인수공통전염병 병원체와 기생충을 사람에게 전파해 전 세계 공중보건에 영향을 미친다. 렙토스피라증, 한타바이러스 폐 증후군, 쥐 장티푸스, 흑사병 등"이라고 했다.
"TNR을 없애자가 아니라, 그럼 어떻게 해야해, 이걸 고민해야 한다는 겁니다."(나응식 수의사)
인도적으로 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할 수 있는, 중성화 사업 효과를 높이자는 거였다. 나응식 수의사는 "군집 TNR이라 해서 구역별로 70~80%를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해야 효과가 있다"며 "정부도 중성화를 제대로 하기 위해 군집 TNR 사업을 늘려 나가고 있다"고 했다.
동물권단체 카라도 "TNR은 고양이 개체군 증가를 억제하는 과학적 관리 수단"이라며 "효과적인 TNR을 위해 시행 방식과 관리 체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런 노력 없이 TNR이 효과가 없다고 단정 짓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카라는 "필요한 건 고양이가 아니라 고양이 개체군 관리"라며 "반려묘, 유기와 유실, 자유배회, 길고양이, 도시와 농촌, 섬과 항구까지 연결된 복잡한 개체군"이라고 했다.
이를 잘 해결하기 위해선 "생산을 줄이거나 없애고, 책임 있는 반려문화를 만들고, 유기를 예방하며, 입양을 확대하고, 길고양이 개체군 관리 정책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