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으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소영(20)이 AI(인공지능)과 나눈 대화가 살인의 고의를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김소영은 AI에게 반복적으로 약물 과다 복용에 따른 '사망 위험 경고'를 받았는데, 이를 무시하고 범행을 계획했다. AI와 나눈 대화 분량이 판결문 20쪽에 달한다고 한다.
손수호 변호사는 14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진행된 '손수호의 몽타주'에 출연해 '강북 모텔 연쇄 살인' 사건의 1심 판결문 내용을 분석했다.
김소영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20대 남성 3명에게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의식을 잃게 한 혐의로 지난 3월 구속기소 됐다. 이후 비슷한 수법으로 남성 3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가 추가됐다.
이날 손 변호사는 김소영이 AI와 나눈 대화에 주목했다. 손 변호사에 따르면 108쪽 분량의 판결문 가운데 약 20쪽이 김소영과 AI가 나눈 대화 내용에 할애됐다. 김소영은 범행 과정에서 AI에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면 어떻게 돼?", "수면제와 술을 먹은 사람이 바닥에 쓰러지면 어떻게 돼?", "술 취한 친구를 바닥에 두고 가면 안 돼?" 등의 질문을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AI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반복했다. 술과 약물을 함께 복용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경고도 했다.
김소영은 이 같은 답변을 받고도 피해자를 방치하거나 비슷한 범행을 계속했다. 특히 한 피해자를 두고 나온 뒤 AI에 '10시간', '12시간' 등 시간을 바꿔가며 질문했고, 다른 피해자와 함께 있을 때는 "수면제를 많이 먹는다고 사람이 죽어?"라고 묻기도 했다. 해당 피해자는 결국 숨졌다. AI가 과실치사와 관련한 내용을 설명하자 김소영이 "과실 뜻이 뭐야?"라고 되묻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김소영이 피해자들에게 각기 다른 양과 방법으로 약물을 먹이면서 AI 대화를 통해 사망 위험을 점차 인식하게 됐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들이 의식을 잃은 시간도 8시간, 16시간, 32시간으로 길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이 같은 과정을 두고 "일종의 인체 실험으로 볼 여지도 없지 않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김소영은 재판에서 AI와 어떤 대화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소영이 직접 작성해 제출한 의견서에서는 당시 피해자들과 나눈 대화는 물론 먹은 음식과 술 종류, 피해자들의 행동까지 구체적으로 기억하며 수사기록의 사소한 부분까지 반박했기 때문이다.
김소영은 지능검사에서 IQ 74로 하위 4%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코패스 검사(PCL-R)에서는 40점 만점에 25점을 기록했다. 재판부는 김소영을 사이코패스로 단정하지 않고 '사이코패스적 사고'란 표현을 사용했다.
범행에 사용된 약물의 확보 과정도 판결문에 담겼다. 김소영은 지난해 8월부터 성범죄 피해로 인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호소하며 병원에서 약 1150알의 약을 처방받았다. 김소영은 처방받은 약을 비닐봉투에 넣고 식칼 손잡이 뒷부분으로 빻아 가루로 만든 뒤 음료에 섞어 피해자들에게 먹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김소영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히려는 확정적 고의와 함께 피해자가 숨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감수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갖고 범행을 계획했다고 판단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선 '재산적 탐욕'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소영은 피해자들에게 숙박비와 음식값, 생필품 등의 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의식을 잃은 피해자의 휴대전화 잠금을 지문으로 풀어 자신의 계좌로 돈을 보내기도 했다. 모텔에서 주문한 음식과 피해자의 소지품을 가져간 사례도 있었다.
김소영은 원치 않는 성적 접촉을 피하기 위해 피해자들을 잠들게 했을 뿐이라며 살인의 고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법원은 김소영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다만 별도의 한 차례 약물 투여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현재 검찰과 김소영 측 모두 항소해 사건은 항소심 판단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