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19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전 동료 역무원을 살해한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됐다. 사건의 피의자는 1991년생 전주환이다.
서울경찰청은 당일 오후 신상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사전에 계획해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등 범죄의 중대성 및 잔인성이 인정되고 증거가 충분하다'며 "스토킹범죄 등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 효과, 재범 위험성 등 공공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신상 공개 배경을 밝혔다.
신상 공개와 함께 전주환의 신분증 사진이 공개됐는데 배포된 사진과 전주환의 실물이 크게 달라 논란이 됐다. 피의자 신상 공개는 범죄 예방과 대중의 알 권리를 위해 도입됐지만 실물과 거리가 먼 사진이 공개된 탓에 범죄자를 알아보고 대비하는 최소한의 기능조차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사기관이 흉악범을 붙잡은 뒤 찍는 이른바 '머그샷(Mug Shot)' 제도가 있었지만, 신상 공개 요건을 갖췄더라도 피의자 본인 동의 없이는 촬영 및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경찰 수사 공보 규칙의 한계에 막혀 있었다.
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조선, 부산에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정유정, '서현역 흉기 난동' 피의자 최원종,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 등도 신상공개 때마다 실물 논란이 이어졌다.
비판이 계속되자 2023년 국회에서 중대 범죄의 경우 머그샷을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피의자가 거부하더라도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머그샷을 강제로 촬영해 공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개 대상 범죄도 기존 특정강력범죄와 성폭력 범죄에서 범죄단체조직, 아동 성범죄, 마약 등으로 확대됐다. 개정된 법안은 2024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전주환은 신상 공개 5일 전인 9월 14일 오후 9시쯤 서울교통공사 역무원인 20대 여성 A씨가 신당역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것을 기다렸다가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전주환과 A씨는 2018년 12월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로 만났다. 입사 후 약 1년이 흐르자 전주환은 역사 내 화장실에서 A씨를 불법 촬영한 뒤 이를 빌미로 협박과 스토킹을 지속했다. A씨에게 자신과의 만남을 강요하며 무려 351차례에 걸쳐 메시지를 보냈다.
참다못한 A씨는 2021년 10월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전주환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다음 날 그를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증거 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적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구속을 면한 전주환은 합의를 시도하겠다는 명목으로 A씨에게 계속 연락했다. 이에 A씨는 2022년 1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그를 추가 고소했다. 같은 해 8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9년을 구형하자 불만을 품은 전주환은 보복 살인을 계획하기에 이른다.
당시 전주환은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직위 해제된 상태였지만 직원 신분은 유지된 점을 이용해 회사 내부망에 접속했다. 여기에서 A씨의 근무지와 일정, 집 주소 등을 확인한 뒤 다섯 차례나 집 근처를 기웃거렸다. 전주환은 자택에서 A씨를 보지 못하자 범행 장소를 A씨 근무지로 변경했다.
범행 과정은 매우 세밀하고 계획적이었다. 추적을 피하려고 GPS 위치를 조작하는 앱을 설치했으며 인상착의를 바꾸기 위해 양면 점퍼를 입었다. 또 혈흔이 묻는 것을 막고자 샤워캡과 장갑까지 미리 챙겼다.
스토킹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를 단 하루 앞둔 9월 14일 전주환은 일회용 교통카드로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 들어섰다. 그는 화장실 인근에서 1시간 10분 동안 숨어 대기하다가, 순찰을 위해 여자화장실로 가는 A씨를 따라 들어가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렀다.
치명상을 입은 순간에도 A씨는 비상벨을 눌러 위험을 알렸고, 신호를 받고 달려온 역무원 2명과 사회복무요원이 현장에서 전주환을 붙잡았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전주환은 1심에서 보복살인 혐의에 대해 징역 40년, 스토킹 협의는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는 두 사건을 합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 신고에 대한 보복을 동기로 재판 과정에서 극악한 추가 범죄를 저질렀고, 피해자는 형언할 수 없는 공포와 끔찍한 육체적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전주환은 형이 무겁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023년 10월 이를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피해자 유족 측은 이날 선고 후 "무기징역이 확정돼도 절대로 가석방이 있으면 안 된다"며 "더 이상 무고한 사람을 살해하는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 기관이 피고인의 거짓된 반성에 또 속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유족은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1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은 유족 패소로 결정됐지만, 지난해 7월 2심 재판부는 공사의 책임을 일부 인정해 부모에게 500만원씩 총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판단해 유족에게 유족급여 등을 지급한 뒤 전주환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했다. 이에 법원은 전주환이 유족급여 1억9017만원 전액을 공단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4주기를 맞아 지난 14일 SNS(소셜미디어)에 추모 글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사건 이후 스토킹처벌법을 개정하고 피해자 보호제도를 보완해 왔지만 피해자가 집과 일터를 떠나 스스로 숨어야 하는 현실을 여전히 남아있다"며 "얼마 전에도 가정 폭력을 피해 피신한 아내가 남편에게 살해되는 비극이 있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피해자가 숨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를 멈춰 세워야 한다. 피해자의 일상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한 가해자의 행동을 제한해야 한다"며 지난 7월 발표한 '스토킹·교제폭력 대응 강화 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과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과정에서 여성과 청소년 대상 범죄 대응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꼼꼼히 챙길 것을 약속했다.
이어 "일터에서도 출퇴근길에서도 일상의 어느 곳에서도 스토킹 범죄를 두려워하지 않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국가가 책임을 다하겠다"며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