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 손을 끝까지 크게 뻗으세요!" 지난 17일 경기도의 한 데이케어센터(주야간보호센터). 요양보호사의 구호에 맞춰 치매 노인 56명이 일제히 팔을 뻗었다. 아침 죽으로 속을 달랜 뒤 시작하는 '몸 깨우기' 시간이다. 어르신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인지·신체 활동을 병행하며 하루를 보낸다.
초·중기 치매 환자가 집을 떠나지 않고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핵심 돌봄 시설인 데이케어센터가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새로 문을 여는 시설도 줄어들고 있다.
20일 머니투데이가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받은 '데이케어센터 신설·폐업 현황'에 따르면 폐업 센터는 2023년 479곳에서 지난해 562곳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신설 시설은 656곳에서 630곳으로 줄었다.
데이케어센터는 대부분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데이케어센터 가운데 민간이 운영하는 비중이 90%가 넘는다.
민간이 꼽는 첫번째 어려움은 장소 확보다. 데이케어센터는 이용자 특성상 주거지와 가까울수록 접근성이 높지만 도심의 높은 임대료에 각종 시설 기준까지 맞춰야 해 적절한 공간을 구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 확보도 현장에서는 부담으로 꼽힌다. 이동이 불편한 이용자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지만 주차 공간이 협소한 소규모 센터에서는 매일 어르신을 태우고 내리는 송영 차량의 승하차 공간까지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한 데이케어센터를 운영하는 50대 A센터장은 "지금도 몇백만원 가량의 임대료가 큰 부담인데 이용이 편리한 도심 주거지는 임대료 부담이 훨씬 크다"며 "1년 전 데이케어센터 인수를 결정할 때 했던 고민의 80%가 임대료"라고 말했다.
센터를 설립하려면 노유자시설 등 용도변경을 거쳐야하는데, 노인만 이용하는 시설인데도 유아용 변기 덮개를 의무 설치해야 하는 등 현장과 맞지 않는 규정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설을 마련한 뒤에도 운영 부담은 계속된다. 데이케어센터는 장기요양보험법의 적용을 받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등급과 수가를 관리한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장기요양보험료 평균 인상률은 0.9% 수준에 그친다. 인건비와 임대료,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수가 인상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치매 환자의 돌봄 난이도가 수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치매 4~5등급 환자는 신체 기능이 비교적 양호하더라도 인지기능 저하나 배회·폭언 등 행동심리증상(BPSD)이 나타나면 지속적인 관찰과 돌봄이 필요하다. 하지만 신체 기능을 중심으로 한 현행 장기요양등급과 수가 체계만으로는 이 같은 돌봄 부담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낮은 수익성은 인력 문제로도 이어진다. 서울에서 한 데이케어센터를 운영하는 40대 B씨는 "수가에 한계가 있다 보니 임금을 최저임금 수준 이상으로 올리기 어렵고 젊은 인력이 완전히 끊겼다"며 "현장 종사자들의 평균 연령은 60대를 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 후 베이비부머 세대의 치매 진입이 본격화될 때 돌볼 인력이 남아있을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 환자를 공공이 담당하는 식으로 민간과 공공의 역할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B씨는 "공공이 세금을 투입해 시설을 확충한다면 민간 시설과 단순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민간이 감당하기 힘든 BPSD 심화 환자나 중증 사각지대 어르신을 전담 수용하는 등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데이케어센터는 치매 어르신의 삶을 지탱하는 핵심 시설이지만 지역 간 쏠림과 격차가 심각한 상태"라며 "현실적인 수가 개편과 함께 노인 데이케어센터를 필수 복지 시설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