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북항친수공원에 나타난 상어 '부캉이'를 보기 위해 방문객이 몰리면서 일대가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과거 푸바오와 늑구 사례처럼 동물 한 마리의 등장이 지역 방문객을 끌어모으고 관광·문화 콘텐츠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이 발달할수록 오히려 자연을 통해 위안을 얻으려는 심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3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캉이가 처음 발견된 지난달 18일부터 29일까지 북항친수공원을 찾은 방문객은 63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단순 계산하면 하루에 5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셈이다. 평소 하루 방문객이 2000명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규모다.
부캉이를 보기 위한 방문객이 늘면서 관련 콘텐츠도 등장했다. 부캉이의 실시간 위치를 알려주는 '부캉이 지금 있나' 웹사이트가 만들어졌고, 부캉이를 주인공으로 한 웹게임 '부캉이의 집으로 가는 길'도 등장했다.
부캉이를 둘러싼 관심이 이어지자 부산시는 지난달 29일 부캉이를 부산시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동물 한 마리가 전국적인 관심을 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 대전 오월드를 탈출했던 늑대 '늑구'는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을 받으며 늑구빵과 늑구 책 등 관련 상품까지 출시됐다.
2020년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판다 '푸바오'도 큰 인기를 끌었다. 관련 영화와 책 등이 잇따라 제작됐고,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난 2024년 4월에는 배웅을 위해 시민 6000여명이 모이기도 했다.
동물 콘텐츠의 인기 배경에는 AI(인공지능) 등 기술의 발달로 오히려 자연과 실제 생명체에 대한 관심이 커진 현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AI 시대에 현대인들은 오히려 실제로 존재하는 것,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열망을 갖는다"며 "기술이 발달할수록 딥페이크물 등 가공된 콘텐츠보다 동물처럼 실존하는 생명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도 "기술이 통제하는 인공적 공간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야생 동물은 자연과 생명의 힘을 가르쳐주는 존재"라며 "이런 동물에게 캐릭터성과 스토리텔링을 부여하면서 홍보대사나 상품으로까지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세대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동물은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기 좋은 콘텐츠이기도 하다. 김헌식 평론가는 "SNS의 발달로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를 끊임없이 올리는 시대"라며 "동물의 경우 계급이나 계층, 세대를 불문하고 누구나 거부감없이 좋아하는 콘텐츠라 반응도 좋아 많이 공유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동물을 단순히 대상화하거나 인간관계의 대체재로 삼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대인들이 원했던 인간관계를 이루지 못해 느끼는 외로움과 지친 마음을 동물을 의인화하며 달래는 것으로도 보인다"며 "갈등이 생기기 쉬운 사람과의 관계 대신 동물을 '덕질'하며 애정을 쏟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물을 단순히 대상화하는 것을 넘어 부캉이가 수온 상승으로 해변에 나오게 된 환경 문제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