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중심 '조선소' 들어간 피지컬 AI에 투자자들 지갑 열었다

인력 중심 '조선소' 들어간 피지컬 AI에 투자자들 지갑 열었다

최우영 기자
2026.10.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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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핫딜]공간 제조실행시스템 스타트업 리옵스, 시리즈A 1차 40억 투자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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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리옵스
/사진=리옵스

한국 조선업은 세계 1위 수준이지만 여전히 현장은 인력에 의존해 돌아간다. 선박 재료인 후판이 들어와 블록을 만들고 전체 선박으로 조립되는 공정은 모두 사람이 일일이 점검해야 돌아간다. 선박의 유려한 곡선은 숙련공이 한땀씩 용접해 이어 붙이기에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도는 일반적인 제조업처럼 자동으로 공정률을 파악하는 것도 힘들게 여겨졌다.

피지컬 AI(인공지능) 스타트업 리옵스는 이 같은 비정형 제조 공정을 '공간'으로 접근해 읽어냈다. 자율주행 차량이 쓰는 라이다 기술로 조선소 현장을 스캔해 3D 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설계 도면과 맞대 보면서 공정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얼마나 진척됐는지를 점검하는 식이다. 이 같은 기술력에 힘입어 최근 40억원 규모의 시리즈A 1차 투자를 유치했다.

"조선 빅3 모두 리옵스 같은 기술 필요"
리옵스 개요/그래픽=김지영
리옵스 개요/그래픽=김지영

이번 투자 라운드를 리드한 스톤브릿지벤처스의 조현후 수석팀장은 "이른바 조선 빅3 모두 조선소의 공간 MES(제조실행시스템)를 뒷받침할 AI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수요를 예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며 "리옵스가 이 부분을 기술적으로 만족시키니 메이저 조선업체로부터 발주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리옵스의 3D 인지 기술력은 선승엽 각자대표가 이끌고 있다. 선 대표는 구글 계열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가 공개한 주행 데이터로 겨루는 '웨이모 오픈 데이터셋' 대회의 3D 시맨틱 세그멘테이션 부문에서 웨이모 자체 알고리즘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또 스탠퍼드대와 엔비디아가 함께 만든 AI(포인트월드)보다 3.7배 빠르고 오차는 8% 적은 AI 엔진을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지난해 프리시리즈A 투자에 이어 이번 라운드에도 참여한 본엔젤스의 노호정 책임심사역은 "조선·중공업 현장은 인력난이 심각한데도 복잡하고 비정형적인 작업환경 탓에 자동화, 지능화가 더뎠으나 리옵스는 이를 공간지능으로 풀려는 접근을 보여줬다"며 "그 근간이 되는 3D 변환과 3D 세그멘테이션 분야에서 성과를 내온 팀의 역량 덕분에 초기 단계부터 대기업의 유상 PoC(기술검증)가 진행됐고 이후 구축과 대규모 도입 논의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공간 스캔 넘어 직접 용접까지 추진
/사진=리옵스
/사진=리옵스

리옵스는 이번에 확보한 투자금을 용접 자동화, 실외 자율주행 로봇 및 자율주행 지게차, 공간 MES 검증을 위한 자체 테스트베드 인프라 구축에 투입할 예정이다. 공정 점검을 넘어 실제 용접까지 확장하기 전 열변형과 틀어짐이 있는 실물 구조물, 실외 주행 환경, 공정 3D 스캔을 한곳에서 반복 실증해 기술 도입에 따른 실패 위험을 선제적으로 제거하겠다는 취지다. 이른바 '로봇 작업반'이다.

조현후 팀장은 "리옵스의 백본 기술은 자체 개발한 공간 파운데이션 모델 LSM(Large Spatial Model)이라 로봇을 어떻게 활용할지 접목하면 확장 가능성이 높다"며 "리옵스는 단순 하드웨어만이 아닌 소프트웨어까지 커버해줄 수 있어 조선업 현장에서도 높게 평가 받고 있다"고 전했다.

노호정 심사역은 "조선업은 블록마다 형상이 다르고 작업 환경이 계속 바뀌기에 자동화 수요가 컸지만 그동안의 산업용 로봇 보급은 자동차, 전자처럼 표준화된 공정에 집중돼 왔다"며 "리옵스처럼 공간으로 접근해 현장 전체를 이해하는 인프라가 먼저 깔리면 그 위에 올라가는 로봇과 솔루션은 도입 비용과 시간이 줄어들고, 여기에 실제 조선소와 중공업 현장에서 쌓고 있는 데이터와 레퍼런스가 더해지면 후발 주자가 단기간에 따라오기 어려운 진입장벽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이은 호평가에 해외 진출까지 추진
/사진=리옵스
/사진=리옵스

리옵스는 지난 8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의 조선해양산업기술개발사업 신규 2개 과제(HD현대삼호 주관, 정부지원금 총 284억원 규모)에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연이어 선정됐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 글로벌 트랙 및 엔비디아 인셉션 프로그램에 합류했으며, 유럽 최대 조선사인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의 협업 파트너로 낙점돼 현지 진출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서울대학교의 혁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2025 SNU 빅 스케일업'(SNU Big Scale-up)에도 선발됐다.

리옵스는 '종량제' 수익모델도 구축 중이다. 고가의 하드웨어를 팔아 단발성 매출을 올리는 전통적 설비업체들과 달리, 로봇이 실제로 해낸 작업량만큼 과금하는 방식이다. 노 심사역은 "리옵스의 공간 인프라가 깔린 현장이 늘어날수록 지금의 프로젝트 단위 공급에서 플랫폼 사용과 작업량을 기준으로 반복 과금하는 구조로 넘어갈 여지가 크다"고 바라봤다. 조 팀장은 "리옵스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엮어 종량제 형식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다면 현 단계의 밸류에이션이 무색하게 높은 기업가치를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희준 리옵스 각자대표는 "챗GPT가 언어 영역에서 보여준 범용성을 실제 물리 산업 현장에서 로봇이 구현해 내는 것이 우리가 정의하는 피지컬 AI"라며 "가장 비정형적이고 난도가 높은 조선소에서 먼저 검증을 마친 만큼, 자동차 부품과 기계 가공 공장으로 보폭을 넓혀 설비가 아니라 완성된 작업 결과를 파는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고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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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미래산업부 유니콘팩토리에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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