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대표팀이 17년 만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진출을 노리는 가운데, 양 팀 선발 투수들을 향해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의 선발 투수는 한솥밥을 먹고 있으니, 바로 LG 트윈스의 손주영과 LG의 아시아 쿼터 외국인 투수인 라클란 웰스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9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호주 야구 대표팀을 상대로 2026 WBC 본선 1라운드 조별리그 C조 최종전을 치른다. 벼랑 끝에 몰린 한국의 8강행 티켓이 걸린 단판 승부다.
한국은 지난 8일 열린 대만과 3차전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4-5로 아쉽게 패했다. 앞서 체코에 11-4 승리를 거둔 한국은 일본전(6-8 패배)과 대만전을 모두 내주며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이다. 조별리그 성적은 1승 2패, C조 4위.
하지만 아직 희망을 잃을 때는 아니다. 기적과 같은 '경우의 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 한국은 호주전에서 실점을 2점 이하로 막으면서 5점 차 이상의 승리를 거둬야 한다. 즉 5-0, 6-0, 6-1, 7-0, 7-1, 7-2, 8-0, 8-1, 8-2 등의 스코어로 이길 경우, 극적으로 8강 진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만약 3점 이상을 실점하는 순간,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한국의 탈락은 확정된다.
이 중요한 결전에 손주영이 마운드에 오른다. 손주영은 2025시즌 30경기에 등판해 11승 6패 평균자책점 3.41을 마크했다. 총 153이닝 동안 153피안타(8피홈런), 49볼넷 132탈삼진 67실점(58자책)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32, 피안타율 0.262의 세부 성적을 거뒀다.
손주영은 지난 7일 한일전에 등판, 1이닝 1피안타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자신의 몫을 다한 바 있다. 손주영은 "호주전에 선발로 나갈 것이라는 통보를 한일전 전에 받았다"며 "일본전에 등판해 세 타자 정도 상대하며 감을 잡고 싶다고 자진해서 나갔다. 현재 몸 상태는 완벽하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은 무조건 실점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홈런을 억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손주영은 "무조건 이겨야 하고, 점수를 안 줘야 한다. 전력 투구를 하면서, 홈런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흥미로운 건 상대 팀 호주의 선발 투수다. 국내 팬들에게 낯익은 좌완 웰스가 선발로 등판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시즌 도중 키움 히어로즈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 4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3.15를 기록했다.
그리고 올 시즌에 앞서 새롭게 KBO 리그에 도입하는 아시아쿼터 제도를 통해 LG 유니폼을 입게 됐다. 공교롭게도 이미 손주영과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서 지난 1월 함께 지낸 바 있다. 웰스는 호주 리그에서 2023년부터 2시즌 동안 34경기에 등판, 154⅔이닝 동안 13승 3패 2.91의 평균자책점을 올렸다. 특히 2023시즌에는 9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47⅔이닝을 책임지며, 6승 0패 평균자책점 0.94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에 호주리그 MVP를 수상한 웰스였다.
한국으로서 호재인 건 그나마 그를 잘 아는 관계자와 선수들이 팀에 많다는 점이다. LG 구단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 캠프 도중 김광삼 LG 1군 투수코치가 웰스의 불펜 피칭 때 직접 타석을 밟은 적이 있다. 김 코치는 현재 대표팀 투수코치이기도 하다. 그는 당시 "듣던 대로 인상적인 구위를 보여줬다. 구속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유형은 아니다. 하지만 타석에서 느껴지는 공의 전달력은 구속에 비해 훨씬 좋았다. 공을 받은 박동원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웰스는 LG 구단을 통해 "KBO 타자들은 파울이 많고, 번트나 주루 플레이도 적극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 부분을 지난해 경험했고, 올해도 그 점을 유의하려 한다. 또 구체적인 전략을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잘 준비해서 상대하겠다"라며 "승리 문화가 있는 팀, 강팀에서 뛰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 우승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며 KBO 리그에 입성하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과연 웰스가 WBC 무대에서 한국 타자들을 상대로 어떤 투구를 펼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