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고질적인 숙제는 여전히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을 불과 3개월 앞둔 시점에서도 핵심 조합을 찾지 못한 가운데 유력한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연이어 발생하는 실정이다.
홍명보 감독은 16일 오후 2시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유럽 원정 평가전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완성도를 주문해야 하는 포지션도 있고, 월드컵 가기 전까지 실험해야 하는 포지션도 있다"며 "특히 중앙 미드필더는 조합을 찾아야 한다"며 중원에 대한 고민이 여전히 깊음을 토로했다.
대표팀 중원의 무게감은 급격히 떨어진 상태다. 지난 2022 카타르월드컵 당시 살림꾼 역할을 했던 정우영(카탈레 도야마·일본 2부리그)은 이미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들었고, 2023 아시안컵에서 주축으로 뛴 박용우(알아인)는 치명적인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하다. 여기에 박용우의 대체자로 낙점됐던 원두재(코르파칸)마저 최근 어깨 수술로 인해 시즌 아웃 판정을 받으며 사실상 월드컵행이 무산됐다.
설상가상으로 대표팀 중원의 핵심인 황인범(페예노르트)마저 이날 오전 발등 부상 소식이 전해졌다. 황인범은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27라운드 엑셀시오르와 홈 경기에서 전반 40분경 상대 선수에게 오른발 발등을 강하게 밟혔다. 해외 매체인 '전트랄' 등은 황인범의 골절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홍명보 감독은 "오늘 아침 황인범의 부상 소식을 들었다. 아직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며, 혹시 모를 결장에 대비해 홍현석(KAA헨트)을 포함한 27명의 명단을 꾸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홍명보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박진섭(저장FC·중국)과 권혁규(카를스루에·독일 2부)다. 박진섭에 대해 홍명보 감독은 "소속팀에서 투볼란치로 나서고 있다"며 전술적 활용 가치를 언급했다. 권혁규의 경우 "수비형 미드필더에 키가 큰 선수가 없는데, 상대의 롱볼을 차단하는 제공권 싸움에서 활용하려 한다. 계속 실험할 필요가 있다"며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평가전에선 정통 수비형 미드필더 기용 시 두 선수를 같이 기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고 박진섭이 주축에 서고 권혁규가 서브로 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한국은 최근 가나전에서 카스트로프와 권혁규를, 볼리비아전은 김진규와 원두재, 파라과이전은 황인범과 김진규를 조합하는 등 중원 조합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토너먼트 상위 단계에서 만날 강팀들을 상대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지난해 브라질과 평가전 당시 백승호와 황인범을 선발로 내세우고 후반에는 박진섭, 원두재, 김진규에 이어 카스트로프까지 가용한 자원을 모두 투입해 실험했으나 0-5 대패를 당하며 중원의 한계를 노출한 바 있다.
게다가 대표팀에서는 중원 자원으로 분류되던 카스트로프의 보직 변경도 눈에 띈다. 지난 소집 당시 미드필더로 분류됐던 카스트로프는 이번 명단에서는 수비수로 이름을 올렸다. 홍명보 감독은 "카스트로프는 소속팀에서도 수비로 활용되고 있고, 면담 결과 미드필더 훈련을 많이 하지 못하고 있음을 파악했다"며 "지금 대표팀에서 수비수로 실험해볼 수 있는 카드"라고 덧붙였다.
이번 3월 원정 2연전은 사실상 최종 엔트리 확정 전 마지막 모의고사다. 홍명보 감독은 "최종 선발 명단이 이 시점에 완성됐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포지션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5월에 경기력이 가장 좋은 선수를 뽑고 월드컵에 가고 싶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본선 첫 경기까지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홍명보 감독의 고민은 여전히 깊기만 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