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광고 브레이크', FIFA 노림수는 중계권료 극대화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2026.03.23 10:32
FIFA는 1930년 월드컵을 시작했으며,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는 본선 진출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나고 경기 수도 64경기에서 104경기로 증가했다. 이로 인해 중계권료가 약 24%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FIFA는 2026년 월드컵의 전 세계 중계권료 총액을 43억 달러로 추산했다. FIFA는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도입했지만, 이는 방송사의 광고 매출 증대로 이어져 월드컵 중계권료 상승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 트로피를 쥐고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은 1930년에 시작됐다. FIFA가 월드컵을 개최한 표면적인 이유는 당시 아마추어 축구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었던 올림픽과 달리 프로 선수들도 참가가 가능한 대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FIFA가 월드컵을 개최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축구가 올림픽 종목 가운데 가장 인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 축구 경기에는 25만 명이 넘는 기록적인 관중이 몰려 들었다. FIFA 수뇌부들은 이 때 세계 축구선수권대회를 만들면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제1회 월드컵부터 96년이 지난 시점에 열리게 될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는 그 어느 때보다 큰 변화가 예고돼 있다.

우선 월드컵 본선 진출국의 숫자가 기존의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났다. 이를 통해 퀴라소, 카보베르데와 같은 축구 약소국도 월드컵 본선에 참가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월드컵 본선 경기 숫자는 64경기에서 104경기로 많아졌다.

월드컵 본선 진출국과 경기 수의 증가를 상업적 관점에서 놓고 보면 이는 중계권료의 상승으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2026년 월드컵의 중계권료는 2022년 대회에 비해 약 24% 정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브라질의 스포츠 마케팅 전문매체 '스포츠 밸류'는 지난 2월 FIFA가 가져가게 될 2026년 월드컵의 전 세계 중계권료 총액을 43억 달러(약 6조 4780억 원)로 추산했다.

경기 수의 증가는 4강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는 축구 강국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조별 예선 3경기와 토너먼트 3경기를 치러야 준결승에 진출하기 때문이다. 우승을 하려면 모두 8경기를 해야 한다. 이는 기존체제에서 월드컵 우승 국가가 치러야 하는 7경기보다 1경기가 늘어난 것이다. 비록 1경기의 증가이지만 선수들에게는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다.

그래서 빡빡한 일정으로 펼쳐지는 유럽 리그의 빅 클럽에서 뛰고 있는 다수의 선수를 보유한 축구 강국들에 북중미 월드컵의 핵심 키워드는 선수들의 체력일 수 밖에 없다. 지구 온난화로 월드컵이 펼쳐지는 동안 과거에 비해 기온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바르셀로나의 라민 야말(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2025년 8월 4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FC와 '2025 FC바르셀로나 아시아투어' 경기 도중, 쿨링 브레이크 타임을 이용해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뉴스1

이는 FIFA가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 선수들이 수분을 섭취하고 짧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도입한 배경이 됐다. FIFA는 선수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전반 22분과 후반 22분에 각각 3분간 이뤄지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마련했다.

하지만 각 팀에게 매 경기 총 6분간 부여될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시간은 고스란히 추가 시간에 포함된다. 북중미 월드컵의 모든 경기가 100분 이상 지속되는 '체력전'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FIFA가 계획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광고 브레이크'로 더 큰 영향력을 가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6분간 각국 방송사가 추가적으로 광고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6일(한국시간) 미국의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방송사의 광고와 스폰서십 매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 마디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지금까지 하프타임과 경기 전후에만 광고를 했던 축구의 상업화에 새로운 기폭제가 된다는 의미다.

현재 FIFA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동안의 방송사 광고에 대한 세부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FIFA의 스폰서 코카콜라에 대항하기 위해 펩시의 광고가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에 들어가는 경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에 대한 내용이다.

기본적으로 FIFA는 거액의 후원을 하고 있는 FIFA 스폰서를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각국 방송사가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광고를 할 때 FIFA 스폰서들과 우선적으로 협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16일 CGV 용산아이파크몰 스크린X관에서 열린 FIFA 월드컵 트로피 투어 미디어 간담회에서 공개된 FIFA 월드컵 우승 트로피. /사진=뉴스1

한편,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각 팀의 작전 타임 시간이나 다름없다. 이 시간 동안 감독과 코치들은 선수들에게 전술 변화 등의 작전 지시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방송사들도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때에 무조건 광고 영상을 틀기 보다는 작전 지시와 데이터 등이 결합된 짧은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다.

미국내 스페인어 월드컵 중계방송 권리를 가지고 있는 텔레문도도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축구팬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면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포함해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모든 상황을 중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팬 친화적인 중계 제작을 위해 단순한 광고 영상보다는 가상 광고와 함께 하는 짧은 콘텐츠 제작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미다.

궁극적으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월드컵 중계권료의 상승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의 적용은 방송사들의 광고 매출 증대를 의미하고 FIFA도 향후 월드컵 중계권 협상에 이 부분을 적극 활용할 게 확실하다.

한국에서는 월드컵 중계권자인 JTBC와 지상파 방송사 간의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 재판매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방송사들이 치솟은 월드컵 중계권료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방송사의 광고 매출 증대를 가져 올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작전 타임이나 다름없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축구적인 차원에서 보면 감독의 기민한 전술 변화 능력이 그 어느 월드컵보다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언더 독'으로 불리는 약팀들의 반란이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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