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역수출의 돌풍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있다. 얼마 전 베네수엘라의 우승으로 끝난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오타니 쇼헤이(32·LA 다저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마누엘 데 헤이수스(30·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정작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는 제구 난조로 무너졌다.
헤이수스는 3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 경기에 4회말 선발 투수 저스틴 벌렌더에 이어 2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했지만 1이닝 3피안타 2볼넷 1탈삼진 3실점의 난조를 보이고 말았다.
첫 출발은 완벽했다. 0-5로 뒤진 4회말 2사 2루 위기에서 등판한 헤이수스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인 코빈 캐롤을 상대로 예리한 커터를 뿌려 삼진을 솎아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역수출의 신화'가 이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5회 들어 악몽이 시작됐다. 선두타자 헤랄도 페르도모를 잘 처리하고도 다음 가브리엘 모레노와 놀란 아레나도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렸다. 1, 2루 위기에서 알렉 토마스에게 던진 실투가 적시 2루타로 연결되며 실점의 물꼬를 텄다.
진짜 문제는 제구였다. 위기 상황에서 평정심을 잃은 헤이수스는 카를로스 산타나와 조던 롤러에게 연속 볼넷을 내줬다. 특히 롤러에게 내준 볼넷은 '밀어내기' 실점으로 이어지며 디트로이트 벤치의 신뢰를 깎아먹었다.
이후 디트로이트 유격수 하비에르 바에즈의 어설픈 수비 실책까지 겹치며 추가 실점한 헤이수스는 결국 1이닝 3실점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남긴 채 2사 만루 상황에서 브렌트 허터와 교체됐다. 지난 2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던 헤이수스의 평균자책점은 이날 경기로 13.50까지 치솟았다.
국내 야구팬들에게 친숙한 헤이수스는 2024년 키움 히어로즈(13승), 2025년 KT 위즈(9승)를 거치며 KBO 리그 정상급 좌완 투수로 군림했다. 2025시즌 종료 후 KT와의 재계약에는 실패했으나, 디트로이트와 마이너리그 계약 후 시범경기 활약을 바탕으로 40인 로스터 진입 및 개막 엔트리 합류라는 '신분 상승'을 이뤄냈다.
특히 2026 WBC에서 베네수엘라 대표팀으로 출전한 헤이수스는 일본과의 8강전에서 '야구의 신' 오타니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2⅓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하며 승리 투수가 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소속팀 복귀 후 치러진 이날 경기에서는 5회 들어 급격히 흔들리고 말았다.
어렵게 잡은 빅리그 기회에서 '볼볼볼' 제구 난조를 노출한 헤이수스가 과연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