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 시절, 신인 드래프트에서 직접 1차 지명으로 뽑았던 '적장'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도 깜짝 놀랐다. 그 정도로 위력적인 투구를 펼친 두산 베어스의 불펜 투수. 바로 올해로 벌써 '프로 9년 차' 투수가 된 김정우(26)의 이야기다.
두산이 올 시즌 첫 잠실 라이벌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25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LG와 경기에서 9회초 대거 4점을 내준 끝에 뼈아픈 5-7 역전패를 당했다. 지난 24일 1-4로 패한 두산은 최근 3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리그 순위는 단독 8위가 됐다.
비록 패했지만, 두산 팬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든 주인공. 바로 김정우다.
김정우는 24일 LG전에서 1⅓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어 25일에도 마운드에 오른 그는 1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자신의 몫을 다하며 데뷔 후 두 번째 홀드까지 챙겼다.
그저 반짝 활약이 아니다. 올 시즌 성적이 증명하고 있다. 총 9경기에 등판, 1홀드 평균자책점 1.80을 마크하고 있다. 총 10이닝 동안 6피안타 4볼넷 12탈삼진 2실점(2자책)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00, 피안타율 0.171의 뛰어난 세부 성적을 찍고 있다.
24일 경기에서는 6회초 1사 2, 3루 위기에서 두 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 문성주를 자동 고의4구로 내보낸 뒤 후속 두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박동원을 4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박해민을 역시 4구째 유격수 직선타로 유도했다. 최고 구속 148km에 달하는 묵직한 속구가 보더라인에 걸치며 제구가 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슬라이더, 그리고 체인지업도 돋보였다.
이어 7회에는 선두타자 신민재를 2루 땅볼, 홍창기를 루킹 삼진 처리하며 기세를 한껏 올렸다. 이어 천성호에게 우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허용한 뒤에야 마운드를 이병헌에게 넘겨주며 내려왔다.
사령탑인 김원형 두산 감독은 25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김정우에 관해 "정말로 본인이 '뭔가 좀 해야겠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노력을 많이 했다. 사실 사람이 마음가짐만으로 되진 않는다. 2024시즌과 2025시즌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슬라이더가 엄청나게 좋아졌다. 스트라이크를 꽂는 능력도 좋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사실 2군에서는 항상 좋은 성적을 냈다. 최근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적이 있는데, 그때 자신감을 많이 찾은 것 같다. 그러면서 중요한 상황에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본인이 자신의 역할을 너무 잘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좀 더 기용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며 두터운 신뢰를 보냈다.
김 감독은 "마운드에서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 그러면서 타자도 많이 압도하고 있다. 전날(24일) 중요한 상황에서 (김)기연이와 오랜만에 호흡을 맞췄다. 박동원 상대로 과감하게 그렇게 볼 배합을 하는 걸 보며 깜짝 놀랐다. 예상하지 못한 볼 배합에 상대도 당혹스러워하는 것 같더라"고 이야기했다.
소래초-동산중-동산고를 졸업한 김정우는 2018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전신)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당시 SK 단장이 바로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이었다.
고교 재학 시절 강한 어깨를 자랑했던 그는 투수와 유격수를 겸업하며 유망주로 큰 기대를 모았다. 2019년 1군에서 1경기를 뛴 그는 2020년 국군체육부대(상무)를 통해 군 문제를 해결했다. 그런 그에게 변화가 생긴 건 2023년. 그해 5월 25일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SSG가 야수 강진성을 받고, 김정우를 두산에 내주는 1:1 트레이드였다.
이후 지난 2024년 퓨처스리그에서 24경기를 소화한 그는 2025년에도 주로 퓨처스리그에서 시간을 보냈다. 1군에서는 2019시즌 1경기, 2023시즌 7경기, 2024시즌 1경기, 2025시즌 18경기를 각각 소화했을 뿐이었다. 그랬던 그가 올 시즌 마침내 잠재력을 터트린 것이다.
그의 투구는 '적장' 염경엽 LG 감독에게도 인상적이었던 모양새다. 염 감독은 25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경기 도중 (김정우의) 볼이 좋더라. 그런데 불현듯 생각이 나서, 김정준 수석코치한테 '그 투수가 맞냐?'고 물었다. 그렇더니 맞다고 하더라. 나는 그만둔 줄 알았다. '언제 여기(두산)로 왔지?' 생각했다"면서 "예전에도 구속은 조금 덜 나왔지만, 제구력은 좋은 투수였다. 그런데 지금은 구속까지 올라왔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산은 '클로저' 김택연이 어깨 부상(극상근 염좌 진단)으로 25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 전열에서 이탈했다. 김 감독은 일단 대체 마무리 투수에 관해 "상황에 따라 맞는 투수를 투입하겠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과연 드디어 잠재력을 터트린 김정우가 두산 불펜에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