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서나 볼 법한 '이도류' 특급 스타의 야구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일까. 이도류로 시즌을 시작한 오타니 쇼헤이(32·LA 다저스)가 투수로서 사이영상 수상을 기대케 하는 것과 달리 타석에선 깊은 슬럼프에 빠져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오타니는 올 시즌 팀이 치른 41경기에 빠짐 없이 출전해 타율 0.233(146타수 34안타) 6홈런 16타점 25득점 5도루, 출루율 0.363, 장타율 0.404, OPS(출루율+장타율) 0.767을 기록 중이다.
2023년부터 3년 연속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하며 모두 OPS 1을 넘겼던 오타니로선 다소 충격적인 수치라고도 볼 수 있는 수치다.
5월 성적을 들여다보면 더욱 심각하다. 9경기에서 타율 0.111(36타수 4안타) 무홈런 3타점 4득점을 기록했고 10개의 삼진을 당했다. 출루율은 0.220, 장타율은 0.139에 불과했다. 장타는 2루타 단 하나 뿐이었다.
투수로서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2024년을 지명타자로만 뛰었던 오타니는 지난 시즌 막판부터 이도류로 활약하기 시작했고 올 시즌엔 시작부터 투타를 병행했다. 6경기에서 37이닝을 소화하며 2승 2패, 평균자책점(ERA)은 0.97로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피안타율은 0.160, 이닝당 출루허용(WHIP)은 0.81로 벌써부터 사이영상 유력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투타를 겸업하는 것 자체가 현대 야구에선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앞서 그 어려운 걸 엄청나게 잘해왔던 사례를 남겼던 오타니이기에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MVP를 수상했던 2021시즌과 2023시즌은 투타에서 모두 정상급 활약을 펼쳤다. 2021년엔 투수로 9승, ERA 3.18, 156탈삼진, 타자로 46홈런 100타점 103득점, OPS 0.964로 활약했다. 2023년엔 부상 여파로 투수로는 23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10승 5패, ERA 3.14, 167탈삼진, 타자로도 135경기에서 타율 0.304 44홈런 91타점 102득점, OPS 1.066으로 활약하며 이견 없는 MVP가 됐다.
이와 비교하면 올 시즌의 타격 지표는 아쉽기만 하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12일(한국시간) 오타니의 슬럼프에 대해 조명하며 "투수로 풀타임 시즌을 시작해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그 때문에 타석에서의 활약엔 다소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고 전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오타니의 부진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례적으로 오타니를 향해 쓴소리도 남겼다. 그는 "시즌 초반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에도 그는 볼넷을 골라내며 출루를 해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특히 오늘밤(12일) 경기가 대표적인 예인데, 스윙을 통해 억지로 상황을 벗어나려 하는 것 같다. 그게 눈에 보인다. 많은 타자들이 부진할 때 스윙을 해 극복하고 싶어 하는데, 오늘밤이 그런 날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이어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본인이 정말 위협적인 타자이고 투수들이 정면 승부를 피하려 한다면 그런 마음가짐은 좋지 않다"며 "투수들이 주는 공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밤 상대 투수들은 분명히 그에게 정면 승부를 하지 않으려 했는데, 오타니는 그 미끼를 물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오타니의 부진과 함께 다저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3연패와 함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 자리를 내줬고 최근 6번의 시리즈 중 4번을 내줬다.
지난해에도 투수로 활약하긴 했지만 풀타임을 치르는 건 2023년 이후 3년 만이다. 그 사이 오타니도 나이가 들었고 그만큼 체력적으로도 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로버츠 감독은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빼앗기고 있는 것 같다. 평소 같으면 구장의 넓은 곳(외야)으로 날려 보냈을 벨트 높이의 공에 타이밍이 늦거나 배트 밑부분에 맞고 있는데, 이는 확실히 타이밍이 늦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메커니즘적인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타격감이 좋을 때라면 2루타나 홈런이 됐을 법한 타구가 좌익수 방향의 팝업 타구나 뜬공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