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중견수 박해민(36)이 신들린 수비로 삼성 라이온즈 강타자들을 허탈하게 했다.
LG는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삼성에 5-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3연패에서 멈춰선 LG는 23승 15패로 8연승이 중단된 삼성(22승 1무 15패)을 제치고 다시 2위로 올라섰다.
박해민의 활약을 빼놓고 논할 수 없는 승리였다. 박해민은 1회초부터 입이 떡 벌어지는 수비로 삼성 강타선의 기를 죽였다. 박해민은 1회초 1사 1루에서 최형우와 디아즈의 중앙 담장 끝까지 가는 대형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냈다.
하이라이트는 LG가 4-3으로 앞선 7회초 2사 3루였다. 이때 LG는 4-1로 앞선 상황에서 구원 등판한 우강훈이 2연속 몸에 맞는 공을 내주는 등 흔들리면서 위기를 맞았다. 강민호의 좌익선상 1타점 적시 2루타, 김지찬의 땅볼로 한 점을 더 뽑아 삼성이 3-4, 한 점까지 쫓아갔고 구자욱이 타석에 들어섰다.
구자욱은 배재준의 몸쪽 높은 공을 강타해 중앙 담장 끝까지 보냈다. 하지만 이 타구를 박해민이 쫓아가 점프 캐치로 잡아내면서 LG의 1점 차 리드가 지켜졌다. 1회 디아즈와 마찬가지로 허탈해하며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한 구자욱의 표정이 백미.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박해민이 꼽은 최고의 순간도 7회초였다. 박해민은 "처음에는 디아즈 타구가 가장 짜릿하다고 생각했지만, (구)자욱이 타구가 있었다. 자욱이에겐 미안하지만, 승부처에서 잡기도 했고 자욱이 타구는 확신이 없었다. 디아즈 선수 타구는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는데 자욱이 거는 점프하면서까지 조금 높다 싶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반신반의한 상황에서 점프했는데 글러브 끝에 들어오니까 기분이 정말 좋았다"라며 "자욱이가 내가 들어올 때까지 계속 쳐다보더라. 그다음에 공수 교대할 때도 계속 쳐다보면서 들어가길래 (미안한 마음에) 고개만 숙이고 외면했다"고 웃었다.
박해민의 수비는 자타공인 KBO 리그 최고로 불린다. 그런 만큼 9개 구단 팬들과 타자들에게는 원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박해민은 "디아즈도 그걸 왜 잡냐는 식으로 이야기하면서 엉덩이를 (장난으로) 차길래 웃으면서 넘겼다. 사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수비다 보니까 타 팀 선수가 원망한다고 안 잡을 수가 없다"고 이해를 바랐다.
이어 "오늘은 친정팀이고 친한 선수들이 많다 보니까 조금 더 어색했던 것 같다"라며 "(배)재준이가 경상도 사투리를 많이 쓰는데, 수비 후 멋있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로 '자세 나온다'고 하더라. 그런 말을 들으면 정말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박해민이 월에 한 번꼴로는 잠실야구장 중앙 담장에서 멋진 수비를 보여주는 덕분에 해당 위치에 있는 회사들은 광고 효과가 쏠쏠하다. 이날은 건설사 광고 앞에서 두 번, 피자 광고 앞에서 한 차례 잡아 이름을 널리 알렸다.
지난해도 박해민은 8월 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슈퍼 캐치로 해당 업체로부터 피자 60판을 선물로 받은 바 있다. 이에 박해민은 "건설사까진 너무 큰 욕심인 것 같고 피자는 타이밍인 것 같다. 지난해도 피자 60판을 보내주신 것에 정말 감사했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어떻게 해서든 나로 인해 홍보가 잘 된다고 하면 서로 윈윈(WIN-WIN)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렇게 윈윈이 됐으면 한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연패를 끊은 승리라 호수비의 의미가 컸다. 박해민은 타석에서도 리드오프로 2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활로를 뚫었다. 출루하지 못한 타석조차 희생 번트로 추가점으로 이어지는 득점권 찬스를 만들어 그야말로 공·수에서 활약했다.
박해민은 "너무나도 연패를 끊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선수단 전체에도 그런 기운이 퍼졌고 끝까지 힘든 경기였지만, (오)지환이가 홈런을 쳐서 연패를 끊을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빨리 연패를 끊고 싶은 마음에 수비에서도 더 집중하려고 했다. 사실 (원)태인이도 도루 스타트를 빼앗기 쉽지 않은 투수다. 그래서 무리라고 보일 수 있겠지만, 한 발 더 뛰어서 연패를 끊기 위해 발버둥 친 것 같다. 그게 오늘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