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NPB)에서 그야말로 역사에 남을 만한 '대참사'가 터졌다. 7점 차의 압도적인 리드를 잡고도 불펜진의 붕괴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주니치 드래곤즈가 비판을 받고 있다. 분노한 팬들은 이노우에 가즈키(55) 주니치 감독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고, 패장 역시 기자회견마저 거부한 채 경기장을 떠났다.
주니치는 지난 20일 일본 효고현에 위치한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한신 타이거스와의 원정 경기서 7회초까지 7-0으로 앞서가다 후반 무서운 추격을 허용하며 7-8로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이 패배로 주니치는 3연패 늪에 빠지며 14승 28패(승률 0.333), 승패 마진 -14를 기록하게 됐다. 일본 매체 론스포에 따르면 주니치가 7점 차 이상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한 것은 지난 2017년 7월 26일 야쿠르트전(10-0에서 역전패) 이후 무려 9년 만이다.
사실 이날 7회초까지만만 해도 주니치의 완벽한 승리 분위기였다. 선발 투수 카일 뮬러(일본 등록명 마라)가 6회까지 한신 타선을 단 2안타 무실점으로 꽁꽁 묶으며 호투했고, 타석에서는 직접 일본 무대 데뷔 첫 투런 홈런까지 터뜨리는 투타 원맨쇼를 펼쳤다. 주니치 벤치와 팬들 모두 손쉬운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투구 수 73개로 완투 페이스를 달리던 뮬러가 7회말 등판하자 선두 타자 사토에게 볼넷을 내주며 악몽이 시작됐다. 2사 만루 위기에서 사카모토에게 2점 적시타를 맞자 이노우에 감독은 급하게 불펜 투수들을 올렸다.
주니치 벤치의 불펜 기용은 죄다 실패로 돌아갔다. 구원 등판한 후지시마 켄토가 대타 시마무라에게 적시타를 허용하자 좌완 사이토 츠나키를 한 타자 만에 올렸다. 하지만 믿었던 사이토마저 추가 적시타를 내주며 7-4까지 쫓겼다. 결국 주니치는 결국 8회에도 3점을 더 내주며 7-7 동점을 허용했다.
끝내 역전까지 당했다. 9회말 6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신인 좌완 마키노 세이야가 선두 타자 모리시타를 상대했다.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마키노는 볼카운트 3-1에서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한가운데로 밋밋한 직구를 던졌다. 이를 '일본 국가대표' 모리시타가 통타해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끝내기 솔로 홈런으로 연결했다. 7-0의 스코어가 7-8로 뒤집히는 '고시엔 대참사'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주니치 스포츠와 론스포 등 일본 복수 언론에 따르면 큰 충격을 받은 이노우에 감독은 "오늘은 이야기할 내용이 없다. 죄송하다"라는 짧은 한마디만 남긴 채, 취임 2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경기 후 기자회견을 전면 거부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사상 초유의 거부 사태에 팬들의 인내심도 폭발했다. 일본 SNS(X 등)와 야구 커뮤니티에는 주니치 팬들의 격렬한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팬들은 "이것이 프로 구단이 할 짓이냐", "이노우에 감독은 즉각 사퇴하거나 휴양(사실상 경질) 조치하라"며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9년 만에 7점 차 대역전패라는 역대급 굴욕을 안은 주니치가 과연 이 사상 초유의 벤치 붕괴와 팬들의 경질 요구를 어떻게 수습할지, 일본 야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