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성사가 안 됐다면 어쩔 뻔했을까. 그야말로 그를 영입한 팀과 개인 모두 '윈-윈'이라 할 수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교타자, 이제는 두산 베어스의 중심 타자로 자리매김한 손아섭(38)의 이야기다.
손아섭은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NC 다이노스와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4타수 2안타 1타점과 함께 결승타를 때려내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손아섭의 결승타는 1회에 나왔다. 이날 양 팀 통틀어 유일한 타점. 1사 2루 기회에서 타석에 선 손아섭은 NC 선발 토다 나츠키를 상대,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151km 속구를 공략하며 중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3회에는 2사 1루에서 5구 승부 끝에 포수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물러난 손아섭. 그는 5회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 토다를 상대로 7구 승부 끝에 포크볼(132km)을 공략, 우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쳐낸 것.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은 타구는 힘있게 날아가 외야 구석에 떨어졌다. 손아섭의 타격감이 완벽하게 살아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8회에는 손아섭 특유의 끈질긴 모습을 보여줬다. NC 투수는 류진욱. 손아섭은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8구째 속구(150km)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손아섭의 올 시즌 성적은 18경기에 출장해 타율 0.217(60타수 13안타) 1홈런, 8타점 7득점, 2루타 2개, 7볼넷 15삼진, 장타율 0.300, 출루율 0.290, OPS(출루율+장타율) 0.590, 득점권 타율 0.267이 됐다. 한때 0.111에 달했던 타율을 어느새 2할대로 끌어 올린 것이다.
손아섭은 지난 4월 14일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두산이 한화 이글스에 투수 이교훈과 현금 1억5000만 원을 지급하는 대신 손아섭을 받았다. 다만 두산 입단 후 좀처럼 타격감을 찾지 못했다. 결국 2군에서 재정비의 시간을 보낸 그는 지난 14일 다시 1군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1군 복귀 후 손아섭은 6경기에서 타율 0.375(24타수 9안타), 4타점 2득점 3볼넷으로 활약하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15일과 16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각각 멀티히트를 기록한 뒤 17일 무안타로 침묵했다가 19일과 21일 NC전에서 또 각각 멀티히트 경기를 해냈다. 타석마자 특유의 끈질긴 승부를 펼치며 상대 투수를 괴롭히고 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사령탑인 김원형 두산 감독은 손아섭에 관해 "사실 올 시즌 준비가 좀 덜 됐다고 봤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여러 가지 면에서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면서 "2군에 갔을 때 보고받았는데, 2군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베이스러닝도 열심히 하고, 1군과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1군과 똑같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잘 치느냐 못 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나이에도 설렁설렁하지 않고, 그런 모습과 태도를 보여줬다. 그랬을 때 또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분명히 있다. 빨리 1군서 경기하는 모습도 지켜보고 싶었다"면서 "프로는 실력으로 말해야 하지만, 때로는 그러한 모습과 태도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결과도 잘 내고 있었다. 중요한 건 2군서 훈련과 경기를 잘 병행하면서 몸 상태를 잘 만들어왔다는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경기 후에도 김 감독은 "1회 박찬호의 2루타로 만든 찬스에서 손아섭이 베테랑답게 클러치 능력을 발휘했다"며 치켜세웠다. 한때 KBO리그 개인 통산 최다 안타 기록 보유자였던 손아섭. 그가 클래스를 발휘하며 다시 그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