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색이 짙던 순간. 주자가 깔렸고 타석엔 강백호(27·한화 이글스)가 들어섰다. 결과는 예상대로 강백호의 타점쇼였다. 그리고 거기서 승부가 갈렸다.
강백호는 28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7회초 역전 3타점 2루타 포함 4타수 2안타 1볼넷 4타점 1득점 활약을 펼쳤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100억원에 강백호를 영입했다. 수비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명확한 한계가 있었지만 타선을 강화할 수 있다는 확신 하나로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타점 1위를 달리고 있는 강백호의 활약은 이날도 돋보였다. 팀이 0-1로 끌려가던 2회초 상대 선발 김태경의 시속 139㎞ 높은 직구를 받아쳐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우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팀 내 1위로 올라서는 시즌 11번째 홈런.
이걸론 부족했다. 선발 왕옌청이 일찌감치 무너지며 6회까지 2-7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다. 7회 공격에 돌입하던 순간 한화의 승리 확률은 4.4%에 불과했다. 그러나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노시환의 볼넷을 시작으로 상대의 치명적 실책으로 1점, 이도윤의 1타점 2루타로 또 한 점을 추격했다. 김태연과 이원석의 볼넷으로 만든 2사 만루에서 문현빈이 밀어내기 볼넷으로 한 점을 더 따라붙었다.
5-7, 2점 차 2사 만루에서 강백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임지민의 1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강백호는 2구 높은 포크볼을 강하게 밀어쳤다. 2사였기에 타격과 동시에 주자들이 스타트를 끊었고 타구는 좌측 담장을 때리고 나왔다. 강백호는 2루까지 향했고 주자는 모두 홈을 밟았다. 8-7 역전.
기세를 탄 한화 타선은 8회에 3점, 9회에 7점을 더 몰아치며 18-7 대역전극을 써냈다. 경기 막판 타선이 폭발하며 필승조 활용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47경기에서 타율 0.328(189타수 62안타) 11홈런 53타점 32득점, 출루율 0.405, 장타율 0.571, OPS(출루율+장타율) 0.976. 득점권 타율은 무려 0.441.
엄청난 타격감을 뽐내고 있는 요나단 페라자와 문현빈이 앞에서 밥상을 차리고 강백호의 높은 집중력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타점 1위라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따라오고 있다. 타점 2위 샘 힐리어드(KT·43득점)과 큰 차이를 보이며 압도적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결코 100억원 투자가 결코 아깝지 않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심지어 이날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활약이었다는 것 또한 큰 점수를 줄 만하다. 경기 후 강백호는 "사실 컨디션이 좋은 상황은 아니었는데 선수라면 항상 컨디션에 맞는 스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내 컨디션에 맞는 피드백을 찾다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지명타자로만 나서고 있지만 그만큼 타석에서 제 가치를 다 해내고 있다. 강백호는 "사실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어제 경기에서 하드히트 타구가 세 개가 나왔다. 그게 땅볼이 된 이유를 찾고 보완한 것이 팀에 필요한 모습이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팀 타선이 워낙 좋기 때문에 앞에서 주자들이 찬스를 만들어 준 덕에 역전타가 나온 것이다. 나 혼자만 잘한 것이 아니라 우리 팀 모두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1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뼈아픈 준우승에 머물렀고 김 감독은 타선 강화를 외쳤다. 강백호 또한 팀에서 자신에게 바라는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다. 강백호는 "팀 승리에 기여해서 기쁘고 앞으로도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