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떻게든 끝낸다" 13연패에 위궤양까지, 캡틴의 오열 '무려 8번째 끝내기인데' 왜 그리 힘들었을까

인천=안호근 기자
2026.06.04 08:30
SSG 랜더스 캡틴 오태곤은 3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팀의 5-4 역전승을 이끌며 13연패를 끊었다. 오태곤은 연패 기간 동안 스트레스로 인한 위궤양 증상까지 겪었으며, 경기 후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이며 힘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이번 승리가 투타 밸런스가 무너져 고전하던 팀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며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강조했다.
SSG 랜더스 오태곤이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팀의 13연패를 끊어낸 뒤 중계사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이고 있다.

"원래 잘 안 우는데..."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연패를 무려 14번째 경기 만에 끝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경기 흐름이었고 가장 어깨가 무거웠던 '캡틴' 오태곤(35·SSG 랜더스)이 직접 마무리했다.

오태곤은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에서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9회말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5-4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9위까지 내려앉을 위기였던 SSG지만 이날 승리로 단독 7위로 올라섰다.

올 시즌도 주장을 맡기로 돼있었던 김광현이 어깨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오태곤이 급작스럽게 그 역할을 대신하기로 했다.

우려와 달리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타며 1위까지 올랐다. 김광현과 신인 김민준은 물론이고 최고의 타격감을 자랑하던 고명준도 부상으로 이탈했음에도 상위권에서 공고히 버티던 SSG지만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1선발 미치 화이트도 부상을 입어 선발진이 무너졌고 그토록 강했던 불펜진에도 영향이 미치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달 16일을 끝으로 SSG의 승리 시계가 멈춰섰다.

SSG 랜더스 오태곤이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날리고 있다.

연패가 길어졌고 오태곤은 스트레스로 인한 위궤양 증상까지 나타났다.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지만 결국 팀 창단 후 최다 연패 불명예를 떠안았다.

이날도 임시 선발 백승건이 1이닝만 던지고 강판돼 불안하게 시작했고 8회초까지도 2-4로 끌려갔다. 8회말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짜릿한 동점 투런 홈런을 터뜨렸고 9회초 실점 위기를 잘 버틴 뒤 맞은 9회말 공격에서 전의산과 조형우의 안타, 정준재의 희생번트 이후 박성한이 자동 고의4구로 걸어나갔고 1사 만루에서 타석에 오른 오태곤은 조영건의 초구 시속 147㎞ 직구에 과감히 배트를 휘둘렀다. 타구는 중견수 방면으로 쭉쭉 뻗어갔고 SSG는 그 순간 연패가 끝났음을 직감했다. 전의산을 대신해 나선 3루 주자 홍대인이 태그업 후 여유 있게 득점하며 짜릿한 역전승을 완성했다.

경기 후 중계방송 인터뷰에 나선 오태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연패 탈출의 감격에 빠져 자리를 뜨지 못한 팬들의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올 시즌 50경기에서 타율 0.243을 기록 중인 오태곤은 최근 더욱 부진했지만 이날만 결정적인 2안타를 날렸다. 1-4로 끌려가던 6회엔 땅볼 타구가 불규칙 바운드가 되며 행운의 안타가 됐고 이후 최정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따라붙었다. 8회에도 오태곤의 안타로 시작해 에레디아의 동점 투런이 나왔다. 그리고 9회엔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

경기 후 오태곤은 "안 울려고 했는데 눈물이 살짝 나왔다. 솔직히 울면 창피할 것 같아서 안 울려고 했는데 저도 모르게 울었다. 많이 힘들었나 보다"라고 말했다.

SSG 랜더스 오태곤(왼쪽)이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팀의 13연패를 끊어내고 박성한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35세에 맡게 된 주장의 책임감이 너무도 컸다. 2010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KT 위즈를 거쳐 2020년 SK 와이번스(SSG 전신)로 팀을 옮겼던 오태곤이지만 이토록 힘든 연패는 처음이었다. "그땐 이렇게 힘들지 않았다. 나이가 어려서 이런 무게를 잘 몰랐는데 주장이 되고 고참이 되니까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그러나 무너진 투타 밸런스는 쉽게 되살릴 수가 없었다. "매 경기 미팅도 많이 하고 좋은 말도 많이 해주고 쓴소리도 많이 했다. 다 해봤는데 뭘 해도 안 되더라"며 "오늘도 결과는 모르겠고 끝까지 해보자, 경기 끝날 때까지는 그냥 해보자고 했는데 연패를 끊을 수 있어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 별로였다. 다 싫었다. 왜 내가 주장할 때 이런 일이 벌어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더라.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감독님도 많이 힘드시고 프런트분들도 많이 힘드셨다. 다 힘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9회 기회가 더 절실했다. 오태곤은 "생각보다 이런 타석에 들어가면 원래 긴장을 많이 하는데 오늘은 긴장보다는 어떻게 해서든지 끝낸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정)준재가 번트 대고 성한이는 무조건 거를 것 같더라. 속으로 '내가 끝낸다. 제발 어떻게든 안타를 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희생플라이를 쳐서라도 어떻게든 끝낸다. 오늘 끝내야 된다'라는 생각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타격 순간 결과를 직감할 수 있었다. 오태곤은 "3루 주자 대인이도 빠르기 때문에 외야로 가는 순간 '아 됐다'라고 했다"며 "이제 13연패가 끝났다. 치자마자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경기를 앞두고 퓨처스에서 더운 날씨에 고생하는 후배들을 위해 커피차와 간식까지 선물했다. 다 같이 힘을 내보자는 뜻이었다. 오태곤은 "저희도 힘든데 다 힘들다. 요즘에 오후 2시 경기를 해보니까 날이 너무 덥더라. 2군 선수들이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서 먹고 힘내라고 보냈다"고 수줍게 밝혔다.

"안 되려고 할 때는 뭘 해도 안 되더라. 투수가 좋을 때는 야수가 안 좋고 야수가 좋을 때는 투수가 안 좋고 투타 밸런스가 너무 안 맞더라. 오늘 경기로 야수도 그렇고 투수도 그렇고 전환점이 됐다고 생각한다"는 오태곤은 "고참도 고참인데 어린 선수들의 기량이 빨리 올라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강팀이 될 수 있다. 강팀의 조건은 뎁스다. 어린 선수들이 빨리 성장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좋은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SSG 랜더스 오태곤이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팀의 13연패를 끊어낸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