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투수가 된 것보다 팀이 이길 수 있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롯데 자이언츠의 우완 투수이자 '마지막 1차 지명' 출신의 '부산 사나이' 이민석(23)이 자신의 개인 한 경기 최다 이닝 기록을 새롭게 쓰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민석은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주말 원정 3연전 첫 경기에 선발 등판해 7⅓이닝 동안 97구를 던지며 7피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최고 구속은 151km가 찍혔다. 롯데는 이민석의 눈부신 역투에 힘입어 키움을 2-1로 제압했고, 이민석은 시즌 첫 승(1패)을 수확했다.
이날 이민석이 소화한 7⅓이닝은 2022시즌 자신의 프로 데뷔 이후 한 경기 개인 최다 이닝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25년 7월 3일 사직 LG전에서 기록한 6⅔이닝(당시 무실점)이었다.
경기를 마친 뒤 만난 이민석은 "사실 7회가 끝나고 (등판이) 끝난 줄 알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코치님께서 '(8회에도) 똑같이 갈 거니까 더 힘들이지 말고, 오히려 힘을 빼고 던지라'고 말씀해 주셔서 최대한 그것만 생각하고 올라갔다. 경기 앞두고 8회에 올라간다는 생각조차 못 했던 것 같다"고 경기를 되돌아봤다.
8회말 마운드에 오른 이민석은 선두타자 서건창을 내보냈으나, 후속 타자 히우라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고 책임 주자를 1루에 둔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고척돔을 메운 롯데 원정 팬들은 마운드를 내려오는 이민석을 향해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민석은 "사실 작년에도 선발로 잘 던졌을 때 박수를 받으며 내려온 적이 있었는데, 올해는 앞선 경기들에서 승리도 많이 없었고 내가 나간 경기마다 팀이 이기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다"면서 "오늘은 내 승리나 이닝 수와 상관없이 팀이 이길 수 있었다는 것에 너무 행복했다. 다음에도 잘 던져서 또 기립박수를 받으며 내려오면 좋겠다"고 벅찬 감정을 전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불펜투수 현도훈과 최준용이 위기를 막아내는 순간, 이민석은 정작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제가 더 떨려서 뒤에 숨어서 보지 못했다"고 웃어 보이며 "그래도 마음속으로는 형들을 믿고 있었다. 옆에 더그아웃에서 형들도 '무조건 막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해줘서 안심됐다"며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번 승리는 이민석에게 무려 377일 만에 찾아온 값진 선발 승리다. 수영초-대천중-개성고를 거친 '부산 사나이'인 그는 2022년 롯데의 마지막 1차 지명 유망주로 입단했을 만큼 팀의 미래를 책임질 재목으로 꼽혔다. 이후 1차 지명이 전면 폐지되면서 그 상징성은 더 커졌다.
이민석의 마지막 승리는 1년 전인 2025년 6월 7일 잠실 두산전(5이닝 4실점)이었다. 너무 오랜만인 탓에 이민석 본인도 "하도 오래돼서 언제 승리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났다"며 쾌활하게 웃었다. 특히 상대 에이스이자 1선발인 라울 알칸타라와의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둔 것에 대해 "상대 1선발과 붙어서 이겼다는 게 저에게는 다음 경기를 위한 아주 큰 자신감이 될 것 같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시즌 초반 부침을 겪기도 했던 이민석은 마인드 컨트롤을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그는 "직전 경기(잠실 LG전 6이닝 5실점)에서 실점은 많았지만, 마운드에서 내 감정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코치님께 공을 주고 내려올 때까지는 최대한 똑같은 기분으로 던지려 한다. 오늘도 2회까지 실점한 뒤 3회에 올라갈 때 '지금 다시 1회 시작이다'라고 생각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성숙해진 면모를 보였다.
현재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팀 순위와 선발 잔류에 대해 이민석은 "욕심이 안 날 수는 없지만, 팀에서 선발로 나가라고 하면 나가고 불펜에서 준비하라면 불펜에서 준비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팀이 올라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아직 시즌을 절반도 하지 않았다. 아직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이번 시즌 초반 좋지 않았을 때를 생각하면 이렇게 1군에서 던질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