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드 3배 늘고, 머리카락 스쳤다고 골 취소... '모드리치도 폭발' VAR, 오심 잡으려다 월드컵 망쳤다

이원희 기자
2026.07.11 00:46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비디오판독(VAR)의 과도한 개입과 일관성 없는 적용이 큰 논란이 되었다. 이집트의 호삼 하산 감독과 크로아티아의 루카 모드리치 등 축구인들은 VAR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기술을 남용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대회는 VAR 개입 상황이 늘어나면서 레드카드 수치가 이전 대회보다 3배 이상 증가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퇴장 판정에 항의하며 논란이 확산했다.
루카 모드리치. /AFPBBNews=뉴스1
VAR 장면. /AFPBBNews=뉴스1

명백한 오심을 바로잡기 위해 도입된 비디오판독(VAR)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최대 논란 중 하나로 떠올랐다.

로이터통신은 10일(한국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끌어들인 폴라린 발로건(AS모나코·미국)의 퇴장 논란을 비롯해 이번 대회 모든 주요 논란의 중심에는 기술이 있었다"고 짚었다. 이어 "기술을 향한 비판은 과도한 개입과 일관성 없는 적용에 대한 지적부터, 특정 팀이나 특정 선수에게 유리하게 사용된다는 음모론까지 다양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이집트 대표팀의 호삼 하산 감독이 VAR을 향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집트는 대회 16강에서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에 2-3으로 패해 탈락했다. 이집트는 후반 34분까지 2-0으로 앞섰지만, 후반 막판 3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하산 감독은 경기 후 VAR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이집트는 1-0으로 앞선 후반 13분 모스타파 지코(피라미즈)가 상대 골망을 흔들었으나, VAR 판독 이후 득점을 인정받지 못했다. 심판진은 공격 전개 과정에서 반칙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반면 하산 감독은 후반 추가시간 이집트 선수가 아르헨티나 페널티박스 안에서 넘어졌을 때는 VAR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페널티킥을 인정받지 못한 이집트는 곧바로 아르헨티나에 역습을 허용했고, 끝내 역전 결승골을 내줬다. 하산 감독은 경기 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공정하지 않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크로아티아 전설' 루카 모드리치(AC밀란) 역시 VAR 판정에 불만을 터뜨렸다. 크로아티아는 대회 32강에서 포르투갈에 1-2로 패했다. 크로아티아 입장에서는 억울함이 남는 장면이 있었다. 연장 후반 추가시간 요슈코 그바르디올(맨체스터 시티)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는 듯했지만, VAR 판독 이후 오프사이드가 선언됐고 득점은 취소됐다.

VAR은 그바르디올이 공을 받기 전 이고르 마타노비치(프라이부르크)에게 공이 아주 미세하게 닿았다고 판단했다.

로이터는 "이 장면은 사람의 눈으로는 접촉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공의 궤적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 안에 내장된 센서가 접촉을 감지했다"며 "심지어 마타노비치의 머리카락이 스쳤을 가능성까지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크로아티아와 포르투갈의 32강전이 2014년 월드컵에서 열렸다면 정규시간 스코어는 2-2가 됐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전했다.

강한 불만을 나타내는 호삼 하산 이집트 대표팀 감독. /AFPBBNews=뉴스1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루카 모드리치(오른쪽). /AFPBBNews=뉴스1

모드리치는 "VAR이 어떤 상황에서는 유용하지만, 지금은 잘못 사용되거나 특정 팀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200% 명백한 오심이라면 VAR이 개입해야 한다. 하지만 애매한 상황이라면 굳이 개입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VAR 사용에 호의적이던 크로아티아축구협회 역시 포르투갈전 이후 FIFA에 공식 설명을 요구했다. 크로아티아 축구협회는 이번 판정을 "기술의 남용"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VAR은 명백한 오심을 바로잡기 위해 개발됐다. 과거 FIFA 회장이었던 제프 블라터는 월드컵에서 VAR 도입에 반대했지만, 2016년 취임한 잔니 인판티노 회장은 VAR을 적극 추진했고 결국 월드컵 무대에도 도입했다.

사용 횟수도 크게 늘었다. 보도에 따르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64경기 동안 VAR 개입이 20차례였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같은 경기 수 기준 30회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대회 초반부터 이 수치를 훌쩍 넘어섰다. 로이터는 "VAR 개입은 의도적으로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피에를루이지 콜리나 FIFA 심판위원장은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VAR룸에 배치되는 심판진의 역할을 확대했다. 또 국제축구평의회(IFAB)와 협력해 VAR이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을 기존보다 4개 더 늘렸다.

이는 정확한 판정을 위한 장치가 됐지만, 반대로 경기의 흐름과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낳고 있다. 모드리치처럼 판정 신뢰도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VAR 체크하는 주심. /AFPBBNews=뉴스1
VAR 장면. /AFPBBNews=뉴스1

북중미 월드컵 데이터를 분석한 미국 노스이스턴대학교의 네트워크 과학자 브레넌 클라인은 "모든 것을 과도하게 심판하려는 이번 일은 VAR이 본질적으로 해결하려던 문제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기장에 있는 팬들은 대체로 이를 싫어한다. 그들은 이것이 올바른 방식이라고 통보받았지만, 실제로 의견을 낼 기회는 없었다. 단지 야유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드카드 증가도 논란이다. 클라인에 따르면 이번 대회 16강까지 선수들에게 총 13장의 레드카드가 나왔다. 이는 2018년과 2022년 월드컵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물론 이번 대회는 경기 수가 더 많지만, VAR 확대가 퇴장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는 "VAR이 없었다면 최소 두 장의 퇴장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국의 발로건과 잉글랜드의 자렐 콴사(레버쿠젠)가 현장 주심이 놓친 반칙을 VAR이 찾아내면서 퇴장당했다"고 설명했다.

퇴장당하는 폴라린 발로건(오른쪽). /AFPBBNews=뉴스1

발로건 퇴장의 경우 정치권까지 번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판정을 "불공정한 판정"이라고 주장하며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직접 연락해 발로건의 출장정지 징계를 취소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밝혔다. 이 발언은 곧바로 큰 논란으로 이어졌다.

콴사의 레드카드는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감독의 분노를 불렀다. 잉글랜드는 16강에서 멕시코를 3-2로 꺾었지만, 투헬 감독은 판정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투헬 감독은 "VAR이 판정을 뒤집었지만, 그 페널티킥이 명백하고 분명한 오심이었나. 절대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주심은 애초에 반칙조차 선언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심판진은 물론 제4심의 수준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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