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무너질 때)보면 대부분 체인지업이 날카롭지 않을 때 그런 결과가 나왔어요."
자신의 문제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LG 트윈스 베테랑 임찬규(34)가 결국 주무기 체인지업을 되찾으면서 다시 다승 선두까지 올라섰다.
임찬규는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KT 위즈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1볼넷 1몸에 맞는 공) 3탈삼진 1실점으로 LG의 9-1 승리를 이끌었다.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4.14까지 낮췄고 11승(4패)을 거둬 애덤 올러(KIA 타이거즈)와 함께 리그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그야말로 임찬규다운 경기였다. 이날 최고 구속은 시속 145㎞. 대신 체인지업 32개를 중심으로 포심 패스트볼(26개), 커브(22개), 슬라이더(13개), 싱커(1개)를 자유롭게 섞었다. 94개의 공으로 6이닝을 책임졌다.
시즌 초반만 해도 지금과 분위기가 달랐다. 잠실만 떠나면 11경기 평균자책점 5.10으로 흔들렸고, 7월에도 5경기 평균자책점 8.25로 흔들렸다. 임찬규는 "지난 3년을 보내면서 올해는 조금 쉬운 시즌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스프링캠프 때부터 했다.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초반에 많이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문제를 체인지업 제구에서 찾았다. 임찬규에게 체인지업은 단순한 변화구 하나가 아니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가 없는 그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고 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핵심 중의 핵심이다.
그래서 캠프부터 체인지업을 집중적으로 다듬었다. 임찬규는 "중간에도 한두 경기씩 계속 빅이닝을 허용했다. 대부분 체인지업이 날카롭지 않을 때 그랬다. 캠프 때부터 많이 신경 썼는데 최근에야 (원래의 감을) 되찾은 것 같다. 그래서 경기 내용도 다시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임찬규는 성격이 다른 두 종류의 체인지업을 사용한다. 그는 "많이 휘어나가는 것도 던지고, 짧게 직구처럼 가다가 떨어지면서 터널을 만드는 것도 있다"며 "요즘은 짧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의 결과가 더 좋아서 최근에는 그걸 위주로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반등도 그 체인지업을 다시 찾으면서 시작됐다. 이날 4회가 달라진 임찬규를 압축해 보여줬다. 임찬규는 선두타자 안현민에게 홈런을 맞았다. 타구 속도 시속 180.2㎞, 비거리 144.6m. 잠실구장을 거의 벗어날 정도의 초대형 솔로홈런이었다. 이어 샘 힐리어드에게 우전 안타까지 맞았다.
이전이라면 연속 안타와 함께 빅이닝으로 번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임찬규 역시 그 부분을 의식했다. 그는 "내가 빅이닝을 허용했던 경기를 몇 번 되짚어보면 연속 안타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라며 "나는 원래 템포를 빨리 가져가면서 승부하는 스타일인데 그때는 조금 더 템포를 길게 가져간 것이 타자들의 박자를 많이 빼앗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달랐다. 허경민을 좌익수 뜬공, 김상수를 3루수 땅볼, 김민혁을 1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홈런에도 담담했던 마음가짐이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
임찬규는 "맞을 때가 됐으니까 맞았다고 생각한다. 투수들은 타구가 중간 정도 날아가면 결과를 알기 때문에 그 후는 잘 안 본다"라고 웃으며 "나는 강한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베테랑이 됐지만 배우는 것도 멈추지 않는다. 올해 LG에 합류한 메이저리그 통산 112승 투수 카를로스 카라스코(39)에게도 꾸준히 질문한다. 임찬규는 "카라스코는 확실히 빅리그에서 100승 이상을 한 투수라 그 공을 알고 던진다. 어떤 타이밍에, 어디를 보고 던져야 하는지가 정확하게 정리돼 있더라"며 "바운드볼이나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에서 살짝 나가는 공을 어떤 생각으로 던지는지 많이 물어봤다. 나와 맞는 부분도 있어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자신을 분석한 외부의 의견까지 찾아보는 이유도 같다. 최근에는 한 야구 유튜브 채널에 자신의 투구 영상을 분석해달라고 댓글을 단 것이 화제가 됐다. 임찬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나는 항상 열려 있기 때문에 여러 의견을 잘 참고한다"고 말했다.
그가 잘 버틴 덕분에 3위 LG는 모처럼 선두권과 격차를 좁혔다. 같은 날 2위 삼성 라이온즈도 SSG 랜더스에 역전패해 격차가 4.5경기 차로 줄었다. 1위 KT와 승차는 5.5경기 차다. KT와 시즌 상대 전적 열세(4승 9패)와 최근 4연패를 이겨낸 것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임찬규는 "우리가 KT에 많이 진 것을 선수들도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단합해서 KT는 꼭 잡자는 마인드로 나갔다. 매 아웃카운트 소중하게 경기에 임했고 좋은 결과가 있었다"라며 "(쐐기 만루홈런을 날린) 정빈이에게 정말 고맙다. 1위 팀과 경기라 타이트한 경기라 예상했고, 실제로 타이트했는데 정빈이 한 방으로 숨통이 트였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