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고 싶을 때 태극마크·韓팬들 생각" 권순우, 데이비스컵 5연승 비결... "덕분에 다시 일어나 부딪힌다"

이원희 기자
2026.09.20 04:02
권순우가 2026 데이비스컵 퀄리파이어스 2차 라운드에서 수미트 나갈을 완파하며 한국의 사상 첫 파이널스 8 진출을 확정했다. 권순우는 태극마크와 팬들을 생각하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고 승리 비결을 밝혔다. 또한 과거 아시안게임에서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성숙한 모습으로 금메달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기뻐하는 권순우. /사진=대한테니스협회 제공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태극마크와 팬들을 생각하면 다시 일어나 부딪히게 된다."

한국 테니스의 에이스 권순우(충남체육회)가 데이비스컵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비결을 밝혔다.

권순우는 19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장 센터코트에서 열린 인도와 2026 데이비스컵 퀄리파이어스 2차 라운드 3단식에서 수미트 나갈을 2-0(6-1, 6-2)으로 완파했다.

경기 시간은 불과 68분이었다. 권순우의 승리로 한국은 인도를 매치 스코어 3-1로 제압하며 사상 처음으로 데이비스컵 파이널스 8 진출을 확정했다.

이번 인도와의 맞대결에서 권순우는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전날 1단식에서는 닥시네스와 수레시를 상대로 첫 세트를 내주고도 역전승을 거뒀고, 이튿날에는 인도의 에이스 나갈까지 완파했다. 최근 데이비스컵에서는 5연승을 달리고 있다.

경기 후 권순우는 대한테니스협회를 통해 "기분이 좋다. 데이비스컵 파이널스라는 전 세계 8개국만 모이는 곳에 우리가 갔다는 사실 자체가 좋다"며 "우리 팀이 모두 함께 노력해서 만들어낸 결과"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번 데이비스컵을 앞두고 많은 훈련을 소화한 권순우는 심리적인 부분에도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경기에서 이기기는 했지만 내가 원하는 플레이를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컸다"며 "이번 경기에서는 심리적으로도 더 준비했다"고 말했다.

나갈과의 대결에서는 '침착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권순우는 "수비가 좋은 선수들을 만나면 한 번씩 고비가 찾아온다"며 "그래서 오늘은 많이 침착하게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세트는 생각보다 잘 풀렸고, 2세트에서도 첫 세트의 분위기를 이어가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한국의 사상 첫 파이널스 8 진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낸 권순우는 자신의 활약보다 홈 팬들에게 먼저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 홈 팬들의 응원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며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것이고, 저 혼자 경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팀원들이 있고 팬분들도 같이 경기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그런 생각들 때문에 다시 일어나 부딪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권순우는 파이널스 8 무대를 향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어느 팀과 붙더라도 결과는 모른다고 생각한다. 어느 팀과 해도 재미있을 것"이라며 "어느 팀이든 세계랭킹 100위 안의 선수들이 나온다. 특별히 붙어보고 싶은 팀은 없다"고 말했다.

경기에 집중하는 권순우. /사진=대한테니스협회 제공

한국의 데이비스컵 파이널스 8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의 파이널스에 해당하는 월드그룹 본선 무대를 밟은 적은 있었지만 당시에는 16강 체제였다. 한국이 세계 남자테니스 8강까지 올라간 것은 데이비스컵 참가 역사상 최초다.

볼로냐까지 가는 길도 결코 쉽지 않았다.

한국은 지난해 9월 월드그룹 1에서 알렉산더 부블릭이 버틴 카자흐스탄을 제압했다.

이어 올해 2월 열린 퀄리파이어스 1차 라운드에서는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를 3-2로 꺾으며 2차 라운드 진출권을 따냈다.

한국은 인도마저 넘으면서 세계 8강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완성했다.

데이비스컵 파이널스 8은 오는 11월 24일부터 27일까지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린다. 세계 8개국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을 다툰다.

한국 남자 테니스대표팀. /사진=대한테니스협회 제공

그에 앞서 권순우를 비롯한 한국 테니스대표팀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한다.

권순우에게 아시안게임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지난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경기 결과뿐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논란까지 겪었다. 당시 패배한 뒤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라켓을 여러 차례 코트에 내리치면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권순우는 이후 자필 사과문을 통해 사과했고, 상대 선수를 직접 찾아가 고개를 숙이며 오해를 풀었다.

권순우는 "이번에는 저번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목표"라며 웃었다.

이어 "군대를 다녀온 뒤 많이 성숙해졌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는 저번과 같은 실수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권순우. /사진=대한테니스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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