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다인 810개 상장사가 27일 일제히 주주총회를 연 '슈퍼 주총데이'에 곳곳에서 표 대결이 벌어졌다. 부산주공, 삼양통상 등 일부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졌지만 경영권 분쟁이나 표 대결이 벌어진 대부분의 주총은 회사 측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부산주공은 주주총회에서 네비스탁을 중심으로 한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이종경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승인했다. 표 대결 없이 회사 측에서 소액 주주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네비스탁 측은 "위임장으로 30% 이상의 소액주주 지분을 확보하면서 회사 측에서 경쟁 후보를 내지 않고 주주제안 내용을 수용해 준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부산주공 측에 요구해온 지배구조 문제가 이번 감사위원 선임으로 해소되면서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GS그룹 계열사삼양통상주주총회에서는 소액주주들이 승리했다. 주주들은 배당금 확대와 비상근감사 선임 안건을 주주제안으로 내놨다. 이에 회사 측이 정관을 감사 1인이상에서 감사 1인으로 변경하는 안건으로 주주제안 감사 선임을 막으려 했지만 표 대결 결과 반대 39.2%로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주주제안으로 추천된 강상순 전 LG유플러스 네트워크 팀장 감사선임 안건은 찬성 74.9%로 가결됐다. 감사선임 안건은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인포바인의 주주총회에서는 홍콩계 헤지펀드인 어센더캐피털(Ascender Capital)이 현 대표의 재선임안에 반대하며 제시한 감사 선임 안건이 상정되지 못하고 무산됐다. 회사 측이 제시한 기존 감사 수를 3인에서 1인으로 줄이는 정관변경안이 통과되면서, 정관 위배 안건으로 폐기되면서다. 인포바인은 정관변경을 통해 분기 배당 근거를 마련했다.
권성준 인포바인 대표이사는 "어센더 측이 주주총회 전 무리한 규모의 배당을 요구해 거절했고 이에 따라 결산배당을 실시하지 못했다"며 "조만간 분기배당을 실시해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CCTV제조회사인휴바이론도 권기범 대표 재선임 건을 승인하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휴바이론 이사회가 추천한 회사측 이사 및 감사 후보자 선임은 모두 가결된 반면 소액주주측이 추천한 이사 및 감사 후보자 선임은 모두 부결됐다.
권 대표는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만큼 앞으로 주력인 CCTV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다양한 신규사업 추진을 위해 회사 실적을 개선하고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반면 소액주주 측 대리인 류재철 변호사는 "3% 의결권 제한을 받는 감사 선임과 관련해 최대주주와 대주주가 공시도 없이 갑작스럽게 공동보유자 약정을 해지하고 각각 의결권 행사에 나선 점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등을 검토한 뒤 필요하다면 주주총회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이나 취소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측과 소액주주가 추천한 감사선임 안건이 상정된 백광산업 주주총회에서도 표 대결이 벌어졌지만 회사 측이 추천한 박재만 감사가 선임됐다. 엠케이전자와 영남제분 주주총회에서도 주주제안으로 상정된 감사선임안건이 부결됐다. 리켐 주주총회에서도 주주제안인 자사주 매입 안건이 부결됐고 정원엔시스도 주주제안인 현금배당 안건, 감사선임 안건 등이 모두 부결됐다.
한편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주목받은 엔씨소프트의 주주총회에서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재선임 안건이 이변없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넥슨 측과의 충돌도 없었다. 최대주주인 넥슨 측에서는 김 대표의 재선임건에 대해 찬성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넷마블게임즈와의 상호지분 투자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현대엘리베이터도 2대주주인 쉰들러AG의 반대의사에도 불구하고 발행가능한 주식수를 2000만주에서 6000만주로 늘리는 안건 등 상정안건 모두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쉰들러AG는 대리인을 통해 재무제표 승인을 포함한 모든 안건에 대해 반대 또는 기권의사를 표했다.
지난해 경영진 내분으로 빚어진 KB사태로 기존 사외이사들이 모두 물러난 KB금융은 7명의 사내, 사외이사 선임 안결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일부 사외이사 선임안건에 반대했지만 의결권 비율이 낮아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밖에 메트라이프생명보험에서 반대 입장을 나타낸 우리은행과 BS금융지주 주주총회 안건도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