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총사퇴 번복, 황당한 금투협 노조

조성훈 기자
2015.05.19 06:50
조성훈 증권부 차장

“현재 금투협 노조집행부의 도덕성이 어느 수준인지 고스란히 확인시켜주는 결정입니다.”

도덕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던 금융투자협회 노동조합 집행부가 18일 조합원들의 재신임을 받기로 한데 대해 금투협 직원들이 보인 반응이다.

금투협 노조 집행부는 지난 11일 이모 노조위원장의 불법주식거래 논란과 관련해 “도덕적 책임을 지겠다”며 총사퇴 의사를 밝혔다. 노조위원장 이씨가 미신고 계좌로 9억원 가량을 투자금으로 주식거래를 한 사실이 적발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감봉 3개월을 통보받은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었다.

이에 대해 대의원회의는 ”노조 집행부의 일방적 사퇴 의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도덕성 논란에 대한 위원장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고 노조위원장 이씨는 대의원들에게 금감원 제재 방침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재신임 투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금투협 노조 대의원회의는 조만간 조합원 총회를 열어 노조위원장과 집행부에 대해 재신임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금투협 안팎에서는 노조위원장 이씨의 사퇴 번복은 차치하고라도 명백히 개인의 비위가 드러난 노조위원장에 대해 재신임을 추진하는 대의원들의 행보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억울하다는 이씨의 주장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금투협 노조측은 지난 11일 성명서에서 “위원장은 파견자 신분으로 계좌 신고의무가 유예되는데도 금감원이 지난해 검사에서 이같은 내부 규정을 반영하지 않았으며 이는 노조 길들이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씨는 내부 규정과 무관하게 2013년 8월 노조위원장 당선 이전에도 단 한 차례도 보유계좌와 매매내역을 신고한 적이 없다. 이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또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는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았던 이씨가 뒤늦게 노조를 통해 입장을 밝힌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금투협 전임 노조위원장은 노조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주식계좌) 신고 여부를 떠나 노조위원장이 조합사무실에서 주식을 사고 팔았다는 것에 대해 조합원들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감원의 이번 중징계가 노조 탄압이라면 투쟁해야지 왜 사퇴한다고 했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노조위원장 이씨는 재신임이 받아들여진다면 현직 노조위원장 신분을 유지한 채 개인 비위 사안으로 금감원과 행정소송을 벌이게 된다. 금투협 한 관계자는 "도덕성과 청렴성은 노조의 생명인데 조합원들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라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