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부터 IPO(기업공개)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는 기관의 범위가 투자일임회사(투자자문사)와 부동산신탁회사로 넓어진다. 기존에는 은행, 보험사, 증권사,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만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었다.
금융당국은 IPO 시장 활성화를 위한 수요기반 확충을 위해 수요예측 참여 기관을 넓혔다. 투자일임회사와 부동산신탁회사가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특정 기관에 대한 차별이라며 꾸준히 참여를 건의해온 것도 확대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지금도 수요예측에 허수와 거짓 정보가 많은데 참여 기관만 늘리면 공모가 왜곡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PO 과정에서 수요예측에만 참여하고 실제 공모주 인수 때는 나서지 않는 곳이 많다”며 “수요 참여 정보를 거짓으로 만들어 제출하고 경쟁에 허수로 참여해 공모가를 왜곡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요예측 참여 기관이 늘어나 경쟁률이 올라가면 공모주가 기업의 적정 가치보다 크게 올라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국내 기관이 받는 공모주 물량은 전체의 40%가량이다. 이를 두고 수백개 기관이 경쟁하다 보니 이미 공모가가 적정수준을 넘어섰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 코스피시장에 이름을 올린 이노션과 미래에셋생명은 상장 후 주가가 한번도 공모가를 넘어서지 못했다.
미국은 상장 주관사가 초과배정옵션을 활용해 공모가 과열을 제어한다. 공모물량에 대한 초과수요가 존재하면 주관사는 공모물량의 15% 범위 내에서 상장사 대주주 등으로부터 주식을 추가로 받아 기관에 초과배정할 수 있다. 기관 배정 물량도 80%로 한국보다 훨씬 높다.
수요예측에 다양한 기관이 참여해 공모주 수요 기반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수요가 늘어난 만큼 공모주 물량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공모가만 높아지게 되고 이는 결국 투자자들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수요예측 참여 기관 확대와 함께 허수 및 거짓정보에 대한 제재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