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흔드는 新관치의 그림자

심재현 기자, 세종=정현수 기자
2015.12.16 03:27

이사장 공모에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 등 3명 지원 그쳐</br>"문 전 장관 앞세워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추진" 우려도

수장 공석 사태가 50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에서 관치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사장 공개모집에 출사표를 낸 지원자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울산·제주 지역의 지방대 교수 등 총 3명에 그치면서다.

특히 문 전 장관은 지난 10월 말 최광 전 이사장의 자진사퇴 직후부터 정치권 안팎에서 유력후보로 거론됐던 인사다. 워낙 일찍부터 하마평에 오르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제기됐던 탓에 지난 14일 공모 결과가 확인되기 전에는 설마 지원하겠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사진=성혜진 기자.

적잖은 지원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던 복지부는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국민연금 이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의 후보를 복지부 장관에게 추천하면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복수의 후보를 추천하기 민망해질 수 있는 경쟁률이 만들어진 셈이다. 2013년 공모 당시에는 최 전 이사장을 포함해 전직 국회의원 등 중량급 후보 12명이 지원했다.

최 전 이사장이 정부와 갈등 끝에 임기 도중 물러나면서 내정설이 불거진 게 공모 흥행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정치권과 교감이 없는 인사들은 들러리로 전락할 우려 때문에 지원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 들어 금융권 인사에서는 유독 정부의 입김 논란이 잦았다. 은행연합회장과 씨티은행장, 우리은행장, KDB대우증권 사장 인선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다. 이달 금융위원회 출신 사장이 선임된 증권금융을 두고도 관치금융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능력과 경력만 볼 때 문 전 장관은 빠지지 않는 후보다. 1989년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위원·선임연구위원·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 등을 거친 연금 분야의 베테랑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부실 대응 논란이 없었다면 복지부 장관 시절 연금 개혁의 중심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임명될 경우 관치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야당을 중심으로 이미 정부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를 밀어붙이기 위해 문 전 장관을 다시 내세우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문 전 장관은 장관 재임 시절 기금운용의 전문성과 수익성 강화를 위해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분리해 별도의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복지부는 이사장 공석 사태가 길었던 데다 기금운용본부장 공모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사장 선임을 빠르면 올해 안에 마무리짓는다는 입장이다.

시장 관계자는 "세계 3대 연기금으로 500조원이 넘는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에서도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것은 아쉽다"며 "공모가 끝난 마당에 공은 청와대로 넘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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