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K증시 흔드는 3중 쏠림 (上)

코스피시장이 수급·종목·상품 세 방면에서 동시에 쏠림 현상에 직면하면서, 증시 변동성이 전대미문의 수준까지 치솟았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7월 31일 종가 기준 6595.45로 지난해 연말 4214.17에서 2381.28포인트(56.51%)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28.85에서 84.35로 55.50포인트(192.37%) 올랐다. 지수 상승률보다 변동성 상승률이 세 배 이상 가팔랐다.
변동성 장세에서 시장 안정화 조치는 85회에 달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시장 전체의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서킷브레이커는 코스피시장 9회와 코스닥시장 4회 등 모두 13차례 발동됐다. 특히 지난달 28~29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양대 시장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한 증권사 임원은 "자본시장에서는 반도체 쏠림 같은현상이 발생을 하고 거품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데 개인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높은 매매를 하는 상황"이라며 "손실이 많이 발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레버리지 ETF 규제나 세제 혜택과 같은 육성책이 포함된 장기 기관투자자 확대가 개인 투자자의 손실 악화를 막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변동성이 급등한 원인은 쏠림 현상 때문이다. 먼저 수급 쏠림이다. 코스피는 거래대금 기준 개인 투자자 비중이 미국보다 사실상 3배 이상 높은 상태다. 종목 쏠림도 여전하다. 삼전닉스(삼성전자(239,500원 ▼23,000 -8.76%)·SK하이닉스(1,567,000원 ▼151,000 -8.79%)) 두 종목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수준까지 커졌다. 대형주 중심 ETF(상장지수펀드)에 대한 투자 집중도가 높은 상품 쏠림 현상까지 나타났다.
개인 투자자 특유의 단타(단기매매) 성향에, 시장을 방어해줄 대형 방어주는 존재감이 미미해 위험 분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세 가지 쏠림이 맞물리며 변동성 장세에서 증시 진폭을 키우고 투자자 손실도 함께 불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피크아웃(정점통과), 인공지능(AI) 고점론 같은 시장 불안 요소에, 개별종목 레버리지 ETF(5월27일 상장) 허용이라는 정책 변수까지 맞물리면서 증시 변동성(코스피 변동성지수)은 코스피 상승 속도의 세 배로 뛰었다.
◇개인 거래대금 비중 35%… 미국의 3배

한국거래소 투자자별 거래실적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7월 31일까지 코스피에서 개인의 거래량 비중은 ETF(상장지수펀드)를 포함해 40.1%(9694억9931만주)였다. 같은 기간 개인 거래대금은 3031조원으로 전체 비중의 35%를 차지했다.
이는 거래량과 거래대금 모두 미국 개인을 2~3배 상회하는 수준으로 추산된다. 미국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가 추산한 2024년에 추산한 미국 증시의 개인 거래량 비중은 17.9%였다. 한국이 22.17%포인트 높고, 배수로는 2.24배다. 한국 개인의 거래대금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통합감사추적시스템(CAT)을 토대로 산출한 2025년 2분기 미국 주식시장의 개인 계좌 등 거래대금 비중 11%의 3.2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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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통계는 개인 자금의 실제 영향력을 다 담지 못한다. 개인이 ETF를 매수하면 유동성공급자(LP)가 편입 주식과 선물을 사들이는데, 이 거래는 통계상 '금융투자' 수급으로 잡힌다. 즉 개인 자금이 기관 매수인 것처럼 나타나는 셈이다. 여기에 개인은 통상 장기 투자 성향이 강한 기관투자자보다 자금 여력이 낮고 단기 차익실현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한 수급 주체로 평가된다. 지수가 흔들릴 때마다 먼저 빠져나갈 단기성 자금의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자본시장에선 빅테크(대형기술기업)의 AI 관련 설비투자 둔화 우려,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 대외 이슈가 겹친 상황에서 개인 매수 비중이 높은 상황이 변동성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달리 보면 증시 변동성으로 가장 큰 희생을 입는 수급 주체도 개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사라진 분산 효과…증시 흔들리는 날 같은 종목만 판다
국내증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이날 코스피 종가 기준 51.23% 수준이었다. 코스피 전체 상장시가총액 5445조1937억원 가운데 삼성전자(1534조6481억원)와 SK하이닉스(1254조9859억원) 단 두 종목이 사실상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방어주나 소형주의 존재감이 희박한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전닉스 두 회사의 실적이나 미국 반도체주 움직임이 코스피 전체 등락으로 직결되면서 다른 종목이 충격을 나눠 흡수하는 분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상품 쏠림은 국내 증시에서 대형주 편중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 업황 악재가 부각되면 코스피200 ETF, 반도체 ETF, AI 테마 ETF가 동시에 환매를 요청받고 서로 다른 상품의 LP는 같은 종목을 팔아야 한다. 서로 다른 상품임에도 매도 물량이 한 종목으로 모이는 구조인 셈이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개별 종목·섹터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지수의 분산투자 효과가 약해지고 방향성은 증폭되는 효과를 빚는다고 우려한다.
SK증권 분석에 따르면 지난 5월11일 기준 국내 주식형 ETF 순자산 가운데 코스피200 계열 비중은 44.5%였다. 업종·테마 ETF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주로 담는다.

코스피의 삼성전자(239,500원 ▼23,000 -8.76%)와 SK하이닉스(1,567,000원 ▼151,000 -8.79%)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34%였던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은 51%로 늘어났다. "코스피가 아니라 삼전닉스 지수"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증시 변동성도 높아졌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001.89포인트(17.91%) 오른 6595.45를 기록했다. 하루 만에 1001.89포인트 오른 것은 코스피 역사상 처음이다.
앞서 코스피는 지난달 28일과 29일 연일 서킷브레이커를 울리며 16.17% 급락했었으나, 단 하루 만에 이를 뛰어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 상승을 이끈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6.81%와 29.95% 급등했고, 이날 코스피 상승분의 68.4%를 차지했다. SK스퀘어(1,025,000원 ▼13,000 -1.25%), 삼성전기(1,181,000원 ▲39,000 +3.42%)까지 아우르는 이른바 'S7'의 기여분은 79.8%에 달한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AI(인공지능) 수익화 우려 불식, 시타델의 레버리지 헤지펀드 포트폴리오 인수에 따른 디레버리징 해소 기대, 과매도권 인식 확산 등에 따라 반도체를 중심으로 코스피가 수직 반등했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일주일 새 높은 변동성을 보인 배경에는 반도체 쏠림 심화가 있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시가총액 비중 20.41%)와 SK하이닉스(13.63%)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04%를 기록했다. 당시에도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코스피 내 두 종목 내 비중이 높다며 쏠림 현상을 우려했다.
올해 들어 쏠림은 더 심해졌다. AI 산업 성장으로 인해 두 종목의 실적이 계속해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두 종목의 지분을 보유한 SK스퀘어, 삼성물산(329,000원 ▼22,500 -6.4%), 삼성생명(287,500원 ▼24,000 -7.7%)도 함께 뛰었다. 여기에 지난 5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까지 등장하면서 반도체주 쏠림은 더욱 심해졌다.
지난달 31일 기준 삼성전자(28.18%)와 SK하이닉스(23.05%)의 시가총액 비중은 51.23%다.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6월22일(종가 9114.55)에는 두 종목의 비중이 55.67%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두 종목의 시장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반도체주 투자심리가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자, 코스피의 변동성도 함께 확대됐다. 특히 지난 한 달간 코스피는 22.19% 급락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보인 반도체발 악재가 반도체 급락은 물론 코스피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 위축, 매도 압력 확대로 이어지면서 지난달 코스피가 급락했다"며 "증시 하락 시 투자자들이 하락의 이유를 찾고, 이 이유가 투자심리 위축과 매도로 이어져 증시가 추가 하락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성장성을 고려하면 반도체주 쏠림이 앞으로도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AI 수익성 우려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또다시 변동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변동성 진폭 자체는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주인 만큼 쏠림과 변동성은 이어지겠지만, 이달부터는 변동성의 진폭은 감소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변동성에 영향을 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순자산도 줄어들고, 신규 진입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이퍼스케일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여타 주력 업종 실적을 통한 코스피 전반의 이익 신뢰성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레오폴드의 테크 레버리지 펀드 강제 청산과 매각을 통한 악성 매물 출회 가능성이 줄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