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하 안진)이 진행중인 소송사건을 명시해야 하는 사업보고서에대우조선해양관련 내용을 고의로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당국이 이 문제를 지적하고서야 정정에 나서는 등 애매한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안진은 지난달 30일 사업보고서에 진행중인 소송사건을 공시하면서 어떤 기업과 관련된 소송인지 명시하지 않았다.
이후 안진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관련 기업의 이름을 명시하라는 지적을 받았고 지난 8일 정정공시를 내 대우조선해양 관련 소송임을 밝혔다.
진행중인 소송을 공시하는 경우 관련 기업이름을 밝히는 게 원칙이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이를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사업보고서 작성 서식에 기재해 놓았다.
지난해 매출 상위 회계법인들의 사업보고서 공시내용을 살펴본 결과 삼일과 한영, 대주, 신한, 이촌회계법인 등은 원고와 소송관련 기업의 이름을 모두 명시했다. 문제가 컸던 안진과 삼정회계법인이 이를 누락했다.
삼정회계법인은 STX조선해양 등 소송관련 기업명을 공개하지 않다가 안진처럼 정정공시(13일)를 통해 이를 손봤다.
지난달 27일 금감원은 회계법인 사업보고서에 관련 소송내용을 공시하도록 내용과 서식을 변경한 바 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등 부실감사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회계법인의 손해배상능력과 소송진행 현황을 투자자에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계법인 사업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소송 관련 기업명을 밝히지 않은 경우에는 회사명을 밝혀 재공시하도록 지도했다"며 "소송진행 현황을 밝혀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본래 취지에 적합하고자 하는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안진 관계자는 "처음부터 소송 관련 기업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되는 공시 양식이었다"며 "이같은 내용을 명시하는게 좋겠다는 권고를 받아들여 정정공시를 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가 발생한 회사와 회계법인 임직원에 대한 제재범위를 확대·강화한다는 방침이다.
17일 금감원은 앞으로 회계부정이 발생한 회사의 감사(감사위원)와 부실감사를 저지른 회계법인 중간감독자도 제재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감사가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지 않아 분식회계를 방지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구체적인 조치기준 미비로 제재를 받지 않았다.
앞으로 감사는 경영진이 제시한 재무제표 등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주주총회에 제출해야 하며, 상장회사는 사업보고서에 '감사의 감사보고서' 및 '내부감시장치에 대한 감사의 의견서'를 첨부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형식적인 감사를 비롯해 분식회계나 중대한 회계오류를 눈 감아준 경우 위법성에 따라 해임권고 조치도 내릴 계획이다. 감사가 위법행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고의적으로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는 즉각 검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회계감사 책임자 역시 감독이 소홀했거나 위법행위에 가담했을 경우 일정기간 상장법인 감사업무 배제, 등록취소, 검찰고발 등의 조치가 내려진다.
외부감사 전문가 활용 서식도 개정된다. 수주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공사진행률 등의 적정성 검토를 위해 관련분야 전문가를 활용한 경우 그 내역을 감사보고서에 첨부해야 한다. 이는 18일 이후 종료되는 사업연도와 감사보고서부터 적용된다.